지난 4월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센터 공사현장 화재 참사에 이어 21일 용인 물류창고에서 또다시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빚어지자 지방정부로 근로감독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는 경기도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감독 권한이 정부에만 한정돼 광범위하고 세밀한 근로감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지방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다음 달까지 정부가 행사하고 있는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로 공유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전문가 자문을 가질 예정이다.

도는 노동 분야 전문가 및 대학교수 등 노동전문가 자문회의를 비롯해 고문변호사들을 통한 법률자문을 바탕으로 근로감독 권한의 지자체 이양을 위한 법리 해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8∼9월 중에는 근로감독 권한의 지방정부 공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차원의 간담회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재명 지사는 이달 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와 같은 대규모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감시 역량 확대 차원에서 지방정부 근로감독권 공유를 건의했다. 그는 "기준을 설정하는 건 중앙정부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감시·감독은 많을수록 좋으니 시도에 권한 이양이 아니라 공유할 수 있도록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지사는 2018년 도지사 취임 이후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노동현장의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가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국회에서 현재 고용노동부 장관이 행사하는 근로감독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공론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21일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로 대형 인명피해가 반복됨에 따라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을 공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반복되는 산업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정부에 권한을 공유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방정부가 노동현장의 불공정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으로 근로감독 권한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며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이 국회에서 꼭 통과되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근로감독관은 2천457명으로, 이들이 담당하는 사업장 수는 201만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2019년 한 해 동안 근로감독이 이뤄진 사업장은 2만5천여 개로 전체 사업장의 1.3%에 불과하다.

임하연 기자 l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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