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영화 제5원소를 보면 브루스 윌리스가 밀라 요보비치를 공중택시에 태우고 초고층 건물 사이를 현란하게 비행하며 공중경찰차들을 따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신나는 눈요기 장면 뒤편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비행체들이 정해진 하늘 길을 질서 정연하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주목받지 못하는 배경이 미래의 도심 항공교통 시스템을 이상적으로 잘 보여준다. 제5원소가 1997년에 개봉됐으니 23년 전에 이미 이런 세련된 도심항공 교통체계를 상상했고, 영상으로 충분히 표현해 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은 소위 ‘드론’이라 부르는 소형 멀티콥터를 비롯해 PAV(Personal Air Vehicles)와 CAV(Cargo Air Vehicles)를 포함하는 도심에서 활용 가능한 항공교통체계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다. 현재 대도시들이 갖고 있는 심각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명적인 3차원 미래교통체계 개념이다. 항로 선정이 자유로워 교통체증이 발생하지 않으며,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도로 인프라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어쩌면 자율 주행자동차보다 더 적은 구축 비용으로 더 많은 사회적 편익을 얻을 수도 있다. 

5G,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소재·센서·배터리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는 UAM 체계의 실현 가능성을 한층 앞당겨 놓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잠재적 UAM 시장은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2030년께 1조5천억 달러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초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 UAM 서비스를 목표로 관련 분야 40여 산학 연관 민관협의체(UAM Team Korea)를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지난 6월 발족시켰다. UAM Team Korea는 앞으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정책 및 연구개발(R&D)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며, 민관합동으로 K-UAM 실증사업에도 나서게 될 것이다. 

‘UAV Team Korea’에는 인천시와 인하대도 참여하고 있다. UAM 성공의 핵심은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들 머리 위로 1t 가까이 되는 비행체들이 날아다닌다고 상상해 보라. 추락하면 비행체에 탄 사람도 지상에 있는 사람도 결코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 운항 중인 유인항공기에 버금가는 안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다. 안전도 확보는 기체만 잘 설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효율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항공교통관제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아직 법제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난제도 산더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진보하고 있으며, 시기의 문제일 뿐 가히 수송혁명이라고 부를 UAM 시대는 반드시 올 것이다. 

국가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첨단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 우리 인천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인천은 UAM 실증 및 시범운영 도시 역할을 천명하고, 필요한 유·무형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실제로 인천은 타 지역에 비해 UAM 실증 및 시범 운영에 최적화된 도시이다. 이미 UAM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항공우주분야 연구, 인력양성, 인증 인프라 기반을 갖추고 있다. 비행시험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바다와 적정하게 분포된 섬들이 있다. UAM 산업체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용이하다. 화물과 인력의 도심항공운송 수요를 유발시킬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위치하고 있다. 

인천이 UAM 실증 및 시범 운영도시가 되면 인프라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관련 기업 및 기관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고 UAM 산업 선도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항공MRO와 더불어 UAM은 20년 뒤 인천의 미래를 바꾸어 놓게 될 것이다. 안전과 환경 문제 때문에 UAM 상용 서비스를 위한 초기 항로는 아마도 하천을 따라 형성될 것이다. 아름다운 ‘아라뱃길’이 국내 최초의 UAM 항로로서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아라하늘길’이 되기를 열망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