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인천재능대 회계경영과 교수
이상직 인천재능대 회계경영과 교수

지난달 6월 30일 오전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 상무위원회는 162명의 만장일치로 홍콩보안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다음 날은 바로 홍콩이 영국식민지가 된 지 155년 만인 1997년 7월 1일 본토로 귀속된 지 23주기이었다.

귀속 후 홍콩의 지위에 관해서는 당시 영국 총리인 대처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 대표인 자오쯔양(趙紫陽) 총리와 조인한 홍콩반환협정(香港返還協定)에 잘 나타나 있다. 

이 협정은 전문 12개 조와 부속문서로 돼 있고,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97년 7월 1일 홍콩 전역을 중국에 반환하고 이곳에 특별행정구를 설치한다.

둘째, 중국은 1997년 이후 50년 동안 홍콩의 현행체제를 기본적으로 유지한다.

셋째, 1997년 이후에도 외교·국방을 제외한 홍콩 주민의 고도한 자치를 인정한다는 것 등으로 돼 있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기본정신이다. 

그러나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중국과 홍콩의 한 지붕 두 가족 동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반환 초기에는 비록 절반 이상의 많은 홍콩인이 두 집 살림에 찬성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본토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로 집값이 상승하고, 특히 그들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고 홀대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 같아 마침내 홍콩인들은 홍콩의 미래와 정체성 즉 일국양제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미 홍콩보안법은 한 차례 무위로 그친 적이 있다.

홍콩 반환 불과 6년 뒤인 2003년,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는 홍콩보안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사스(SARS)로 알려진 전염병이 창궐하는 속에서도 홍콩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약 50만 시민들은 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거리를 채웠고, 또 소리 높였다. 이 시도는 이후 행정부에 의해 취소됐고,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이 사임하고 그의 수석 비서관인 쩡인취안(曾蔭權)이 그 임기를 마치는 새로운 행정장관으로 선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후 중국 정부는 홍콩 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2014년 당시 전인대가 친중국계로 구성된 후보 추천위원회의 과반 지지를 얻은 인사 2∼3명으로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제한했고, 이에 대한 반발이 다시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이 시위는 한때 10만 명 이상이 참여해 그해 가을과 겨울 내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특히 서방 언론은 당국의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낸 시위대의 행동을 가리켜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대응 및 시위 장기화에 따른 경제 악화를 이유로 시위를 반대하는 내부 여론이 높아지면서 시위대의 동력은 떨어졌다. 

이후 잠시 잠잠하던 홍콩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 시위 발단은 2018년 2월 타이완에서 벌어진 한 살인사건에서 시작된다.

당시 타이완 여행을 떠난 홍콩인 커플 남성이 자신의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는 시신을 타이완에 유기한 채 홍콩으로 도피 귀국했다.

수사 과정에서 홍콩 경찰은 그를 체포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그를 타이완으로 인도할 수가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홍콩 정부는 그해 4월 3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추진하기로 한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추진되면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 특히 중국 본토로 중국 반체제 인사 및 인권 운동가 등을 송환하는 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적극 반대에 나섰고, 이로 인해 그해 6월 마치 우리의 광화문 촛불 혁명을 떠오르게 하는 2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평화시위에 나섰다.

홍콩 총인구가 약 750만 명임을 감안하면 그 열의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그 여파로 결국 행정장관이 사과하고 범죄인 인도법안이 무기한 연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일련의 갈등으로 인해 한계에 달한 중국 정부는 마침내 일국(一國)만 남기고 양제(兩制)를 포기하는 초강수를 두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홍콩보안법인 것이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등의 행위를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홍콩 각계 인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고 홍콩의 상황에 부합한다면서 조속히 실행해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중국과 영국 간 회심작인 일국양제는 그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여지며, 더 나아가 홍콩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은 이제 중국과 홍콩 양자의 문제를 넘어 전 지구적 이슈로 부상해 혹자는 동양과 서양의 대결이 다시 시작됐다고 그 의미를 부여한다.

과연 중국과 홍콩의 두 집 살림은 파탄난 것일까 가슴 졸이며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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