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푸자 주라쿨로프 국립 사마르칸트대 역사학과장
딜푸자 주라쿨로프 국립 사마르칸트대 역사학과장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의 국립 사마르칸트대학교는 설립 600주년이 됐다. 

최초의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1918년에 설립됐으나 대학 위치, 건축물 유적, 사료들, 전통과 가치에 따르면 1420년에 세워진 미르조 울루그벡(Mirzo Ulugbek) 마드라사(madrasa, 신학교)를 계승한 것이다. 

이 마드라사에서는 이슬람 교육과 천문학, 물리, 측량, 약리학, 의학, 역사, 철학, 문학 등  사회과학과 응용과학 등을 교육해서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는 물론 동아시아와 한국의 문화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첫 수업에는 90명의 학자와 학생이 참석했고, 미르조 울루그벡도 있었다. 미르조 울루그벡은 티무르의 손자로서 왕이 된 천문학자이며, 수학자로서 1018개의 성좌(星座)와 위치를 설명하는 천문표(天文表)를 작성했다. 또 알 코쉬(Al-Koshiy)는 소수(小數)를 처음으로 학문적으로 이용했고, 코사인의 법칙도 발견했다. 이 마드라사(신학교)는 소련에 의해 1920년에 강제 폐쇄됐으나, 그 후 여러 번 변화를 거쳐 현재 국립 사마르칸트대학교로 변신했다.

한국인들에게 슬픈 역사이지만, 소련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고려인들은 우즈베키스탄에 가장 많이 거주했으며, 그들은 벼농사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지역의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이미 1400년 전부터 교류한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사마르칸트의 도시 유적인 아프로시욥(Afrosiyob) 언덕에서 발굴된 궁전 벽에는 당시 소그드의 왕인 바르후만(Varhuman)에게 온 고구려 사신 2명의 그림이 있다. 2019년에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그림을 보고 낙타나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달렸다면 두 달쯤 걸렸을까요? 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소그드인들은 이미 6세기 무렵부터 고구려 영토 안에 살았고, 이전부터 문화교류가 활발해 고구려의 악기나 춤은 소그드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으며, 이것은 당시의 중국 사료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증명된다.

이 지역을 연구한 우리 대학의 윤명철 교수(동국대 명예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인의 피와 사마르칸드인의 피가 섞인 후예들이 각각 양 지역에서 1500여 년 동안 살아온 것이다. 현재 두 나라는 산업을 비롯해서 인적교류 등이 매우 활발하지만, 정부 정책으로 교육분야에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 사마르칸트대학교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경기도의 가천대학교와 MOU를 체결했다. 역사학과, 유아교육학과, 그리고 국제 교육 프로그램, 석사과정 등은 한국의 교육 경험을 전수받았으며, 한국어와 문화를 연계해서 수행되고 있다. 

2018년에는 부설기관으로 한국센터를 설립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유아교육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코리아 코너’를 통해 한국의 선진 제도를 홍보하고 수천 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과 한국 전통문화 전시관이 구비돼 있다. 1천 여 년 넘게 친선관계를 맺어온 두 민족은 세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산업과 문화분야는 물론이고, 특히 가장 중요한 교육분야 교류를 통해서 상호 협력과 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600년 역사를 지닌 국립 사마르칸드대학은 한국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적극적이고, 효용성 높은 역할을 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