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사와 비틀대는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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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판사와 비틀대는 사법부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7.29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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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위태로워 보인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법이 권력의 편에 서서 상대 진영에 법을 빙자한 정치적 테러를 자행했던 일이 빈번하기도 했지만 이른바 촛불 정권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법부 행태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법과 결탁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법을 이용해 합법을 가장하기 십상이다. 

서슬 퍼런 제1공화국 시절 이승만 대통령은 김병로 대법원장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의원 횡령 사건을 비롯해 국회 프락치 사건 등에서 정권에 불리한 판결이 속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나라 판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권리를 행사한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이에 대법원장 김병로는 이의가 있으면 항소하라는 말로 대응했다. 단호하고 결기 있는 사법부 수장의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시절에도 그렇게 법치가 지켜졌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권력이 사법부를 노골적으로 탄압한 적은 있어도 그동안 사법부가 스스로 권력에 동조하며 정치적 편향성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다. 5·16 직후 박정희 정권은 판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장에 고위 법관이 아닌 영관급 장교를 임명했다. 법관들의 수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정권에 반대하며 사법 장악에 저항하던 많은 판사들이 고초를 당했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물들면 민주주의는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에는 정치판에 뛰어들었거나 국회와 청와대를 기웃거리는 정치 판사들이 득실댄다. 어느 국가나 재판관을 투표로 뽑지 않는 이유는 법원 판결은 특정 집단의 의사에 영향을 받거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반영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에 심각하게 오염된 대한민국 사법부에는 어떤 법정에서나 동일한 죄에 대해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는 믿음에 토대를 둔 보편 법정의 정신이 무력화되고 있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에 임하는 법관의 양심은 자신의 신조나 신념에 다른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법적 양심이다. 법정은 판사가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개인적 소신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법에 근거해 냉철하게 형벌의 방법과 정도를 결정하는 곳이다. 

법관의 법적 양심은 의리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로 지키는 것이다. 집단과 특정 이념으로 결속된 의리는 상대를 불의와 적폐로 몰고 자신들과 한편인 쪽의 불법은 방조하고 부도덕은 애써 외면하고 은폐한다. 의리는 배신에 대한 부담과 배신자에 대한 낙인이 주는 두려움에 기생해 자기가 속한 집단을 보호하고자 하며 그 집단을 통해 자신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결국 그 의리가 판결에 영향을 미치면 공정하게 국가 권력의 제한을 가능하게 하는 법치는 비틀리고 자유민주주의는 훼손된다. 법치 없는 자유민주주의는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의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만을 올바른 도리라고 여기며, 따라서 여기에 근거한 판결은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라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이 정권 들어서서 특히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영장의 기각과 발부에 원칙이 사라지고 있다. 

대법원은 혐의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항소장이 부실하게 기재됐다는 이유로 파기환송을 통해 집권당 성남시장을 구제했다. 어디 이것뿐인가? 게다가 대법원은 "선거 TV토론회에서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는 황당무계한 판례를 만들면서 경기지사에게 면죄부까지 줬다. 위증과 무고가 난무하고 사기 범죄는 1등인 국가에서 대법원이 직접 나서 거짓말을 법적으로 부추기는 판결을 내려준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의리가 아니라 의미이다. 의미는 긴 시간을 두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신이 내놓는 정직한 대답으로 규정된다. 물론 그 성립 조건은 거짓을 일축하고 불의를 거부하는 토대 위에서 피는 보람과 떳떳함이다. 서초동 대법원 입구에는 앞서 언급했던 김병로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의 흉상이 서 있다. 정치 판사들을 비롯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 옆에 영원히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국민들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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