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사업의 책임을 물어 용인시민들이 전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하는 내용의 주민소송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혈세 낭비 사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사진은 29일 오후 용인경전철 차량기지의 경전철 모습. 용인=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용인경전철 건설사업 과정에서 용인시에 손해를 끼친 관련자들에게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민간투자사업의 계약 당사자도 주민소송의 대상이라는 점을 밝힌 첫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주민 A씨 등 8명이 용인시를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감사청구전치주의’ 원칙을 근거로 한 원심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주민소송의 대상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원심은 주민소송의 대상을 주민감사 청구 사항과 동일할 것을 전제로 주민소송 청구 부분 다수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관련된 부분과 서정석 전 시장 시절 체결한 추가 사업비 부담 협약, 김학규 전 시장 때 이뤄진 사업 방식 변경 및 재가동 업무대금 부분 등이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본 원심에 하자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김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이었던 B씨에 대한 위법한 공무원 임용 부분과 경전철 수요예측 용역을 맡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도 주민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간투자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한다"며 "지자체장이 사업의 적정성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해 손해를 입혔다면 지자체장이나 관련자들을 상대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2010년 6월 민간자본 투자 방식으로 1조32억 원을 들여 경량전철 건설사업을 마쳤지만 운영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법정 다툼으로 3년간 운행되지 못했다. 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7천786억 원(이자 포함 8천500억여 원)을 물어줬고,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계약을 변경했다. 이후에도 적자는 계속됐다.

이에 A씨 등 주민들은 2013년 10월 시가 이정문·서정석·김학규 전 시장 등 책임자들에게 배상 책임을 물으라며 주민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김 전 시장과 B씨 등 일부의 책임만 인정하고 다른 전직 시장이나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책임은 주민감사 청구에 포함돼 있던 게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현근택 변호사는 "주민감사를 청구한 지 7년이 넘었고, 대법원에 상고한 지 3년 가까이 지났는데 또다시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하라고 한다"며 "주민소송의 대상을 넓게 본 것은 의미가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용인경전철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