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이 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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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보이지 않아요
‘마스크 착용 시대’의 청각장애인 입 모양 가려져 폭넓은 소통 난항 "투명 마스크 보급 늘려주면 좋죠"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0.07.31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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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가 민원실에 비치한 립뷰(투명) 마스크. /사진 = 동두천시 제공
동두천시가 민원실에 비치한 립뷰(투명) 마스크. /사진 = 동두천시 제공

"마스크가 전 국민의 입을 가리면서 생활이 불편해졌습니다."

안산시에 거주하는 청각장애인 김경호(45)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로 인해 생활 속 의사소통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어린시절 질병으로 청각에 이상이 생겨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김 씨는 농아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청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입술과 얼굴 표정을 보고 대화하는 ‘구화’를 비롯해 수화와 필담 등을 배웠다. 이 때문에 의사소통하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살피는 것은 그에게 필수적이다.

중고차매매업에 종사 중인 김 씨는 직업 특성상 차량등록사업소 등 관공서와 은행 등을 자주 방문하지만 감춰진 상대방의 얼굴로 인해 대화에 어려움이 있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김 씨는 "방역수칙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 보니 얼굴 표정이나 입술을 읽을 수 없어 소통이 어렵다"며 "시중은행이나 동 주민센터에서도 상대방이 말을 하는지조차 몰라 곤란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적어도 관공서와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라도 청각장애인을 배려해 투명 마스크를 착용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시중에서 투명 마스크 구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앞서 시행됐던 공적 마스크 정책처럼 정부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청각장애인은 37만7천94명이며, 도내에는 7만2천388명(중증 1만9천599명, 경증 5만2천789명)의 청각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대다수의 청각장애인들은 김 씨와 같은 이유로 투명한 소재를 사용한 마스크 공급을 통해 생활의 불편함이 해소되길 바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청각장애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농아인협회 관계자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표정 등을 읽을 수 있는 투명 마스크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투명한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농아인복지관이나 농아인협회 등을 통해 현재 제작 가능한 수준의 투명 마스크를 만들어 청각장애인들에게 공급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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