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미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수미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특허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발명을 창작하는 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인센티브는 발명에 대한 독점권이다. 창작자에게 ‘발명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인센티브 중 하나다. 발명자의 신원은 등록 특허 첫 페이지에 공개되고, 발명자의 이름은 등록 특허 상단에 표기돼 발명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일부 국가는 고용이나 계약으로 우월적 권리를 인정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발명자는 특허권의 첫 번째 소유자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 특허법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AI 시스템의 중요한 특징 8가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기로 한다.  

첫 번째는 ‘창의성’이다. AI 시스템은 새로운 제품과 프로세스를 창출하고 기존 제품과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이다. AI 시스템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프로그래머가 예측할 수 없는 제품, 데이터 및 프로세스를 생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세 번째는 ‘독립·자율’이다. AI 시스템은 외부, 즉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높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네 번째는 ‘합리성’이다. AI 시스템은 외부로부터의 데이터를 인지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다섯 번째는 진화하는 방법이다. AI 시스템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계속 진화하고 변화한다. 여섯 번째는 데이터 수집 및 통신이 가능하다.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일곱 번째는 효율적이고 정확하다. AI 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를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는 대안 옵션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 시스템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대안 옵션 사이를 선택적으로 오갈 수 있다. 

만약 이러한 AI 시스템이 작동해 특허 대상이 되는 발명을 결과물로 내놓는다면 AI 시스템이 발명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현행 특허법은 ‘발명을 한 사람’을 발명자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 특허법의 경우, 발명자는 ‘발명을 한 사람’으로 발명의 착상(conception)에 기여한 자로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다. 오로지 사람만이 착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체를 가진 주식회사도 발명자가 될 수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발명의 착상을 창의적 행동의 정신적 부분의 완성으로 보고 있다면서 발명자는 오로지 사람만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AI 시스템은 사람이 지정해준 문제를 푸는 컴퓨터 시스템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답을 찾는 즉, 발명의 착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 시스템일 수도 있다. 발명의 착상 능력을 갖춘 AI 시스템의 경우 현행 특허법으로는 발명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제1발명자가 되고 AI 시스템이 제2발명자가 되는 공동발명자 체제를 고민해 볼 수도 있다. 

특허법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발명한 자를 공동발명자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동’이라 함은 같은 목적을 향해 일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AI 시대에는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발된 프로그램이 스스로 결과물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 프로그램 개발자인 사람은 특허 발명이 되는 결과물에 대해 같은 목적을 향해 일했다고 볼 수 없다. 

미래에는 AI 시스템이 발명자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들 수 있다. AI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주체는 발명자가 될 수 없으나 AI 시스템을 통해 간접적으로 발명자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특허 제도의 인센티브를 통해 혁신을 장려하게 된다. 또 특허제도를 활용하므로 기술의 공개와 상용화가 확산된다. 사람이 아닌 기계를 활용하므로 연구개발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미래에도 AI는 발명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 또한 팽팽히 맞선다. 특허제도는 사람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보상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기계를 발명자로 인정해 준다면 사람으로 인한 혁신을 저하시키게 된다. 

IBM과 같이 AI 시스템 왓손을 개발·운영하는 대형 기업들이 AI 시스템 관련 특허를 포괄적으로 장악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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