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인천 서구에도 섬이 있다. 바로 세어도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데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타임머신을 타고 3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세어도는 그 시절만의 향수를 곳곳에 머금고 있다. 밤에도 소음과 빛을 내뿜는 도시와 달리 이곳에는 자연의 소리와 빛만 가득하다. 행정선인 정서진호에 몸을 실은 채 바다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보다 보면 어느새 세어도가 눈앞을 꽉 채운다. 15분 남짓이면 자연의 보고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뱃길, 해안가도 멋지지만 세어도 하면 갯벌을 빼놓을 수 없다. ‘개평선’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끝도 없이 펼쳐진다. 

이 갯벌은 4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자연산 바지락을 1년 내내 풍족하게 캘 수 있을 뿐더러 꽃게와 소라도 제법 잡힌다. 철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지금 세어도에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오랜 세월 세어도를 지켜온 주민들과 서구를 주축으로 인천관광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김포지사가 힘을 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얼마 전 세어도 현장에서 ‘세어도 도서 특성화 및 어촌뉴딜 300사업’ 보고회도 가졌다. 처음으로 100억 원이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먼저 선착장부터 정비해 접근성을 높이려고 한다. 이를 시작으로 자연경관 보존, 테마별 둘레길 조성, 정주여건 개선, 섬 특화자원 개발 등 다각도의 사업이 진행된다. 보고회 내내 주민분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많이 설레였고, 큰 기대감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울컥하시며 말을 잇지 못한 김오현 어촌계장님의 말씀이 깊이 와닿았다. "27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이렇게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이 됐다. 세어도의 미래를 위해 애써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그동안 세어도는 선착장, 물, 전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많은 불편을 겪었다. 다행히 전기는 지난 2007년부터 공급됐지만 선착장과 물로 인한 애로사항은 여전하다. 선착장과 물양장은 조차로 인한 침수와 퇴적이 반복되면서 시설이 노후화돼 정비가 시급하고, 행정선 역시 접안에 어려움이 있어 운영에 제한이 있다. 식수는 여전히 생수로 해결하는 중이다. 

다른 한편으로 세어도는 서구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스마트 에코시티의 큰 무대이기도 하다. ‘잇기’만 해도 가치가 살아나는 서구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세어도에도 해안가를 배경으로 바닷길 체험까지 가능한 서로이음길을 만들고, 정서진-아라뱃길을 연계해 생태·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려고 한다. 곳곳에 사진 명소를 만들고 세어도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공모전까지 연계하면 세어도의 참멋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거다. 여기에 더해 갯벌에서 달리기대회나 씨름대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전국 최초’란 타이틀까지 얻게 되면 서구를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고요한 세어도의 밤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클래식 체험 등 도시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보는 거다. 동시에 세어도의 BI(Brand Identity)도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어도가 마치 4개의 하트를 이어 놓은 것처럼 보여 ‘사랑의 섬’이란 이름이 떠올랐는데 더 좋은 아이디어를 고민 중이다. 이 모든 변화의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지금까지 세어도와 동고동락해 온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분들이 사업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더불어 세어도가 품고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희망 가득한 세어도의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섬으로 우뚝 설 세어도의 청사진이 점점 뚜렷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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