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난 1월 하순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해 점차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기 시작하자, 북한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발 빠르게 중국-러시아를 잇는 국경선을 봉쇄하면서 이들 국가와 운행하던 비행기 노선조차 전면적으로 중단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제 아무리 국경을 중심으로 한 비행기, 선박 그리고 자동차의 운행까지 금지하는 ‘초강수’의 봉쇄정책을 취했다고 하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이 ‘코로나’로부터 전면적으로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이 때문에 믿을 만한 소식통이나 복수의 소식통들은 이제까지 북한에서도 어느 정도 코로나 확진자와 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해 왔고, 특히 일본의 ‘산케이신문’이나 일부 탈북자 단체들은 신의주와 함흥, 청진 등 중국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나 무역항 등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북한의 관영통신이나 방송, 심지어는 질병정책 관련 정부 관료들이 나서서 "우리 사회에는 코로나 환자가 단 1명도 없다"는 강한 부정적 행태를 보여왔다. 이렇듯 북한의 ‘강한 부정’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분히 ‘긍정’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논자(論者)에 따라 "수백 명 내지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환자가 단 1명도 없다"고 역설해 왔던 북한이 최근 재입북자(20대 김모 씨)의 강화도 인근 연미정을 통한 월북 사안을 소재로 해 개성 일대에 비상방역 조치를 취하는 등 이전과는 매우 다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어 그 저의에 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즉 지난 25일,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참가한 가운데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지난 6개월간 전국적으로 각 방면에서의 강력한 방어적 방역 정책들을 강구하고 모든 통로를 격폐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개성시에 악성비루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모두가 비상사태에 직면한 현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회의에서는 "전 당(黨)과 전 사회적으로 강한 조직적 규율과 행동과 사고의 일치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비상방역 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유지하며, 각급 당 조직들이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할 것"을 강조하면서 "개성지역에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된 것"과 관련해 개성시를 완전히 봉쇄했으며, 구역, 지역별로 격폐시키는 선제적 대책을 전격적으로 취했다. 

그리고 그 익일(翌日)인 26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KCNA)은 "개성시에 악성비루스(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도주자(탈북인)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19일 귀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하면서 "불법귀향자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한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지난 5일간 "의심환자와 접촉한 모든 대상과 개성시 경유자들을 조사, 검진, 격리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이고 이를 스스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남북이 방역을 계기로 대화를 재개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타면으로는 남북관계에 가장 예민한 ‘탈북인 문제’를 들고 나와 남측에서 코로나가 유입될 가능성을 주민들에게 새롭게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더욱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점을 짙게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특히 북한당국이 ‘코로나와 탈북인문제’를 이유로 하여 최대비상체제를 선언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정 악화로 파생할 수 있는 사회 내부의 불평과 불만을 사전에 막으려는 예방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북한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탈북인의 월북(越北)과 개성지역에서의 코로나 발생 문제를 연계시켜 "우리 지역에는 코로나 환자가 없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시키는 가운데 주민과 군 내부의 불만과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이를 계기로 생필품 부족과 식량난 등 경제적인 문제로 야기되고 있는 기강 문란을 바로잡는 등 체제 자체의 내부 결속을 한층 강화하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의 차원에서 나온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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