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가 건전한 문화를 좀먹는 악성 댓글과의 전면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최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여자 프로배구의 고(故) 고유민 선수가 평소 악성 댓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가 ‘악플’에 강력히 대응하는 모양새다.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4일 선수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한 3대 방안인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 기사 기능 개선 요청,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선수고충처리센터의 역할 강화, 선수 심리치료와 멘털 교육 강화를 발표했다.

배구연맹은 특히 3일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 공문을 보내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최근 포털사이트 연예 기사의 댓글 기능을 폐지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달라는 요구다.

배구연맹은 또 종목 단체로는 사실상 최초로 도를 넘은 악성 댓글과 인신공격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선수고충처리센터를 통해 포털사이트 악성 댓글을 비롯한 선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악성 댓글, 인격모독 및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의 직접 메시지(DM)를 선수로부터 제출받아 법률 자문과 검토를 진행한 후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끊임없는 악성 댓글에 심한 모욕을 느낀 프로야구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은 소속사를 통해 악플러들에게 법적 대응 하기로 했다. 양의지(NC 다이노스), 김현수(LG)의 소속사인 리코스포츠도 오래전부터 선수들이 가족들을 향한 악성 댓글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법적 대처 움직임에 보조를 맞췄다.

대한탁구협회장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SNS 계정에서 포털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포털 사이트의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법으로 악성 댓글을 규제해야 한다는 강경론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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