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지하도상가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는 ‘인천시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 소협의회’가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인천시 제공>
지역 내 지하도상가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는 ‘인천시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 소협의회’가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시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는 수돗물과 지하도상가 등이 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 이후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지하도상가는 상생협의회를 만들었으나 파행을 겪으며 상인들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시는 적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상수도혁신위원회를 구성·운영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시민대표 등을 포함시켜 민의를 담아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상수도혁신위가 가장 강조했던 점은 ‘수돗물 운영 민관 거버넌스’ 구성이었다. 수돗물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 참여를 확대해 안전성 및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상수도혁신위 제안대로 지난 6월 2일 ‘인천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가 시행됐고 지난달 말 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실망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정책결정 기구로 만들자고 제안했음에도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위원회는 자문위원회 성격에 머물렀다. 조례 2조에는 수돗물 관련 주요 정책 등에 관한 시장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위원회를 둔다고 돼 있다.

당시 상수도혁신위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거버넌스를 만들지 못해 최근 유충 사건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수도혁신위 한 관계자는 "상수도혁신위가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를 위한 개선 방안을 충분히 마련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2∼3년간 실행한 후 정착시키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정책결정이 가능한 민관 거버넌스 형태로 만들자고 했으나 자문위원회 수준에 그쳤고, 이런 시의 의지 부족이 유충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2∼3년짜리 민관 거버넌스가 아닌 걸로 봐선 시의 입맛 맞는 몇 사람 넣어서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위원회 구성은 전문가 3명, 시민단체 등 3명, 공무원 3명(시교육청 1명, 시 2명), 시의원 1명, 언론인 1명, 시민 4명 등 총 15명이다.

지하도상가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되풀이된다. 시는 지난 1월 지하도상가의 양도·양수, 전대를 금지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상생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상생협의회를 통해 유예기간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4월부터 4차례 만남만 갖고 접점은 찾지 못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지하도상가 관계자는 "상인들은 상가 매매 비용 등 보상금을 주거나 개정안 무효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는 상인들이 권리금을 받는 등 임대업을 하고 있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조례 개정 후 상생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받는다더니 이럴 거면 왜 상생협의회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각종 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상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위원회는 정책결정을 할 수 없게 돼 있고 자문 등만 할 수 있다"며 "또한 상생협의회를 통해 유예기간 등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상인들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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