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체계를 만드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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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체계를 만드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무
어해룡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8.0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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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해룡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어해룡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지난 5월 9살 여자아이가 계부·친모에게서 달군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지는 등 잔인한 학대를 당하다가 4층 지붕을 통해 탈출한 일이 있었다. 6월에는 9살의 남자아이가 7시간 넘게 작은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 의식을 잃고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아동학대로 신고·접수된 3만3천532건 중 2만4천604건이 아동학대로 판단됐고, 2019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합계 출산율 1.3명 미만 초저출산 국가에서 그나마 태어난 아동들이 학대로 사망하고, 고통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아동·청소년을 위한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동학대 예방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로서 죄책감과 무거운 책임감에 가슴이 먹먹하다. 

정부는 7월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 내용을 살펴보면 각 부처별로 나눠 관리하던 위기 아동·청소년 정보와 시스템을 통합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 쉼터 확충, 코로나 상황에서 교사가 전화 또는 화상 연결로 학생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모니터링 강화, 2022년 배치 예정이던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전담공원 2021년 조기 배치 완료, 민법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을 금지하는 민법 개정,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아동학대 전담공원이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즉각 분리제도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종합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로서는 현실적 기대에 못 미치는 대책에 좌절감을 느낀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학대를 막고 조기에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프라와 인력 확충, 적정 예산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번 종합대책에서 그런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계속 요구해 온 아동학대 관련 예산의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의 전환도 이번 대책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2020년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정부 예산은 297억 원이다. 이 중 일반회계 예산은 3.9%인 11억7천만 원에 불과하고,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이 76.1%인 226억, 복권기금이 19.9%인 59억 원이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하지 않는 한 적정 예산 확보가 어렵고,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동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0.1%이고,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의 1.2%로 OECD 평균인 2.2%로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보육 예산을 제외하면 0.2%에 불과해 OECD 회원국 평균에 7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미흡하다. 아동학대 대응에 일반회계 예산이 약 11억7천만 원만 투입되는 현실에서 종합대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2016년 친부계모의 학대로 사망해 충격을 줬던 원영이 사건 이후로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이다.

아동·청소년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은 국가와 우리 사회의 책무이다. 

아동·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예산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것처럼 아동학대에도 선제적 대응과 조기발견 시스템을 구축해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이 학대로 고통 받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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