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토론회는 ‘토론회 같지 않은 토론회’였다. 바로 지난달 27일 인천 미추홀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승기천, 콘크리트를 걷고 하늘을 담다’ 정책토론회다.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이 주관한 이 토론회는 승기천 물길 복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일은 주제발표 시간에 발생했다. 인천시 담당 과장이 ‘승기천 상류 현황과 복원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승기천 물길 복원으로 도로가 8차로에서 4차로로 줄어들면 교통 정체가 야기된다"며 "물길 복원 비용과 함께 대체도로 및 하수관거 설치, 침수대책 비용 등을 포함하면 총 3천600억 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서 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업비가 과도하게 추산됐다고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항의는 한동안 계속됐고 발표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문제는 항의한 사람이 이날 토론회의 토론자였다는 것이다. 별도의 토론시간이 있어 그 시간을 활용하면 되는데 그는 주제발표 시간에도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토론시간에 "허종식 의원은 800억 원 들어간다고 하고, 인천시 과장은 3천600억 원 들어간다고 하면 주민들이 혼선이 있을 것 아니냐"며 "대체도로 설치 비용은 물길 복원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승기천 물길 복원은 용일사거리에서 승기사거리까지 2㎞ 구간을 대상으로 왕복 8차선 도로 일부를 헐고 물길을 내는 사업이다. 이를 공약한 허종식 의원 측은 사업비 800억 원을 예상한 반면, 인천시는 3천6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업비는 중요한 문제다. 사업비 부담이 크면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1’을 넘기 어려워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자리는 토론회였다. 토론회는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내며 논의하는 모임’을 말한다. 또 토론회는 발표자와 토론자가 나눠져 있고, 시간도 배분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방해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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