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말 목장과 목마군(牧馬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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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말 목장과 목마군(牧馬軍)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 기호일보
  • 승인 2020.08.0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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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인천 앞바다에는 현재 168개의 섬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섬은 고기잡이와 바다의 풍부한 해산물 공급지로서 국가의 관리 대상이었다. 육지와의 거리에 따른 제약이나 불규칙한 기상 사정과 외적의 침입 등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일찍부터 다양한 방법론이 강구됐다. 조선시대에는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과 아울러 해도(海島) 개발론의 대상지였다. 왜구와 해적들의 침입에 따른 고통으로 섬 주민들의 육지로의 이주가 빈번했지만, 한편으로는 섬에서 나는 풍부한 물산을 채취하고 장려하기 위해 이주를 통해 말 목장과 염전을 운영하거나 소나무를 심어 배 건조작업 등에 충당하기 위한 송전(松田) 개발이 여러 차례 시도되기도 했다. 

특히,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지만 각 섬에는 국영 말 목장이 조성됐는데, 강화도  ‘매음도목장’은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격퇴할 때 탔다는 명마 ‘사자황(獅子黃)’,  ‘진강목장’에는 효종이 북벌정책을 도모하면서 탔던 명마 ‘벌대총(伐大총)’의 산지로 유명했다. 조선시대는 병조(兵曹) 아래 사복시(司僕寺)를 둬 말 사육 및 전국의 목장을 관리하도록 했고, 지방에는 감목관(監牧官)을 배치해 말 사육 및 목장 운영 실태를 감독·독려했다. 목장에는 말 사육을 전담한 목자(牧子)가 있었는데 목자 1인에게 할당된 말은 암말 25필씩이었다. 말이 병들거나 죽거나 도망치면 목자에게 그 책임을 물었으니 목자는 고역(苦役) 중의 고역이었다. 목자는 대체로 섬 주민 가운데 뚜렷한 국역(國役)이 없는 자들에게 맡겼다. 고려 몽골 지배기 탐라에 목장을 설치해 말을 키운 것이 전례가 돼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이 방식을 답습했다. 

인천지역 섬들은 말 사육에 좋은 해풍(海風)과 마초(馬草)가 풍부했으며, 말이 멀리 도망갈 염려가 없었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심지어 대신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태종대는 강화도 주민을 육지로 이주시켜 섬 전체를 목장으로 만들려고까지 했다. 19세기 중엽까지 말목장이 남아 있었던 인천지역의 섬은 용유도·무의도·영흥도·이작도·신도·장봉도·백령도·거도·동검도 등이다. 특히, 영흥도 목장의 경우 「목장지도(牧場地圖)」에 따르면 말이 119필, 목자가 281명이나 됐다. 이 규모는 당시 전국 53개 처의 목장(제주지역 제외) 가운데 마필수로는 20번째, 목자수로는 3번째에 해당하는 큰 규모였다. 

영흥도 목장과 관련돼 목마군에서 신분 상승을 이룬 역사적 인물이 임세재(林世載, 1724~?)이다. 그는 영흥도 내리에 세거한 평택임씨의 중흥조로 사도세자와의 인연을 배경으로 1747년(영조 23) 무과에 급제한 후 정조의 총애를 받아 종1품 숭록대부 품계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세재는 20대 초반 무과에 급제해 별군직(別軍職)에 차임(差任)됨으로써 관로에 진출하게 되는데, 영흥도에서 구전되는 ‘임세재장사’ 이야기에 나오는 사도세자와의 인연은 그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정조(正祖)의 각별한 신임을 얻었음은 기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즉, 1777년(정조 1) 별군직 내의 잡류(雜類)들을 파면시키는 과정 속에서 정조는 "임세재가 완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파면시키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후 보성군수, 울진현령, 언양현감, 낙양군수 등 주요 외직의 수령을 역임하기도 했다. 

영흥도의 목마군(牧馬軍)이었던 임세재의 가문은 그가 무관으로 왕의 총애를 받으면서 양반신분으로 상승했고, 이후 영흥도에서의 영향력과 경제적 지배력은 더욱 확장됐다. 위패를 봉안한 평택임씨 가문의 사당인 영은사(靈隱祠)는 2002년 후손들이 새롭게 건립한 것이지만, 평택임씨 가문의 교지, 준호구, 호구단자 등 다수의 고문서가 소장돼 있어 오늘날 조선후기 사회사 연구의 중요한 연구 자료이자, 인천의 역사적 이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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