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매년 여름이면 출신 고교의 재학생 후배들을 인솔해 소록도에 적게는 4일, 많게는 5일가량 봉사활동을 갔다. 군 복무 중일 때는 휴가 일정조차 봉사활동 기간에 맞춰 꼭 참석하고는 했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한센병에 걸려 오랜 시간 집단 거주해 오신 어르신들이 계셨다. 당시로서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질병에 걸려 강제 수용돼 평생을 갇혀 지내 온 이들이었다. 

 이유 없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던 소록도 환자들을 통해 배웠던 감정은 비관과 낙담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은 감사함이었다. 외부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감사함이 그들의 마음속에 존재해 있었다. 한센병으로 두 손가락을 못 쓰게 되더라도 나머지 세 손가락을 쓸 수 있어 평생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그들의 마음가짐에 한없는 존경심을 느꼈다.

 가끔은 연로하신 탓에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기간 중 돌아가시는 분들이 더러 있었고, 한 분의 어르신께서도 운명이 허락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그 어르신은 숨이 멎는 순간에 봉사활동 와 있는 학생들이 무척 고맙다며 마지막 가진 3천 원을 털어 학생들에게 박카스를 사 주라는 말씀을 남기고 세상과 작별했다. 3천 원은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을 터인데 그것을 불과 며칠 함께 한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셨던 속뜻이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가는 길에 느꼈던 다른 이의 사소하지만 따뜻한 정에 또 한 번 감사함을 느끼셨던 것이었는지.

 요새 주변을 보면 코로나19로 마땅한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여름휴가 계획을 아직 잡지 못한 분들에게 색다른 여름휴가 일정 하나를 제안해 본다. 계속되는 장맛비로 인해 큰 시름을 겪고 있는 안성·가평·용인·평택 등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찾아 따뜻한 손길을 한 번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지. 빗자루질이나 걸레질처럼 하찮게 보이는 일도 큰 재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들에게는 사막에서 느끼는 오아시스 같은 감사함을 선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진정을 담아 건네오는 상대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전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짜릿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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