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 대신 맞아준 ‘무인주문기’ 앞서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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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대신 맞아준 ‘무인주문기’ 앞서 진땀
음식점 등 인건비 절감 설치 늘어 기계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난감
‘무인점포’로 직원 아예 없는곳도 일부 "대화 없는 공간… 삭막해"
  • 박승준 기자
  • 승인 2020.08.10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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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계산기./연합뉴스
무인계산기./연합뉴스

"무인계산기를 아무리 봐도 어찌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뒤로 젊은이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고, 나 때문에 정체가 생기니 눈치가 보여 식은땀이 났어요."

9일 만난 이모(67·인천시 남동구)씨는 최근 손녀의 생일을 맞아 손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사러 아이스크림 전문 매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 씨는 가게 안에 들어서자 주문을 받는 사람보다 먼저 반기는 무인계산기 앞에서 이용법을 몰라 당황했다. 어색한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기계 앞에서 망설이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른 일을 하던 직원이 나와 직접 주문을 도와줘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살 수 있었다.

최근 인건비 절약 등의 이유로 늘어나고 있는 무인계산기 시스템으로 다양한 사회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생소한 기계를 다루지 못하는 실버세대는 무인계산기 설치 업소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젊은이들 역시 말 한마디 없이 모든 절차가 진행되는 공간의 삭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씨의 경우 그나마 점원이 상주하는 대형 체인점이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일부 무인 점포에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손님이 직접 상품을 담고 비치된 기계에서 계산해 나가는 시스템으로, 기계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도 이용 방법을 숙지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중구 운서동에 거주하는 이모(41)씨는 최근 김밥을 사려고 분식체인점을 방문했다가 생소한 식당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김밥 전문 체인점 특성상 수많은 메뉴들이 나열된 메뉴판을 상상했으나 무인계산기가 입구에서 반기고 말 한마디 없이 주문부터 식사, 식기 반납까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어릴 적 방과 후 찾던 분식집 분위기와 달라 삭막한 느낌이 들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공간은 어떻게 또 변할지 두려움도 있다"며 "식사 후 잘 먹었다는 간단한 인사조차 없어진 환경이 아직은 낯설다"고 말했다.

무인계산기를 비치한 한 자영업자는 "솔직히 기계 하나 비용이 두어 달치 인건비면 가능하니 상당히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요즘 같은 불경기와 최저임금이 높은 시기에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부담이 커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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