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의 원인이 정수장 내 ‘활성탄지(池)’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결국 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는 ‘관리 소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은 10일 인천지역 수돗물 유충 사태 원인 조사에 따른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수돗물 유충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지난달 16일 한강유역환경청과 시가 발족했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조사단은 지역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원인으로 공촌·부평정수장 활성탄지를 꼽았다. 활성탄지가 있는 건물 내부로 들어온 깔따구 성충이 유충을 번식시켰고, 이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정수장에서 발견된 성충·유충과 배수지 및 수용가에서 발견된 유충의 종류가 일치하고, 활성탄지 운영 중단 등 조치를 취하자 지역 내 깔따구 유충 검출이 현저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활성탄지로 깔따구가 유입된 원인은 상층부 노출로 성충의 산란처로 이용 가능했고, 온도를 비롯해 활성탄 내부 유기물이 깔따구 유충의 먹이가 되는 등 유충이 생존 가능한 환경이었다는 분석이다. 또 활성탄지 건물이 방충망은 있지만 창문이 개방되거나 환기시설이 중단됐을 때 유입이 가능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활성탄지에서 외부로 깔따구가 유출된 이유는 활성탄 및 하부 지지층의 여과사리 입자 공간(2~4㎜)이나 하부 집수장치 틈새 등이 유충의 유출을 막을 만큼 미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정수장 활성탄지 관리 부실 등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활성탄지 상층부 노출로 깔따구 성충이 유입됐으며, 부적절한 역세척 주기 등은 유충이 여과사리 틈새를 타고 수용가로 유출되는 빌미가 됐기 때문이다.

일단 조사단은 추가 조사를 마친 후 이달 중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활성탄지 구조 및 운영 방법 등 수돗물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개선사항 등도 함께 제시하기로 했다.

한편, 시는 지난달 28일부터 가정이나 수용가 등에서 더 이상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지 않는 등 안정화 단계라는 판단이다. 조사단 최종 조사 결과와 환경부 종합대책 등을 반영해 깨끗하고 안전한 물 생산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