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9·19 평양공동선언과 10·4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는 서해평화특별기간(9월 14일∼10월 4일) 중 한반도기 공식 게양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과거 공식적으로 한반도기를 게양한 사례는 없었지만 서해평화특별기간 시청 국기게양대에 한반도기 공식 게양을 실무적으로 논의 중이며, 이른 시일 내 시행 방침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군·구 기초자치단체 등 관공서에도 제안해 함께 게양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반도기 게양을 환영하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인천본부는 시교육청, 시 공사·공단, 지역 대학 등에도 한반도기 게시를 요청하고, 민간 영역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서해5도 어민들의 배에 게양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반도기 공식 게양이 평화도시 인천을 재정립하고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시의 뜻과 달리 명분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공식적으로 한반도기를 게양한 사례는 없었는데, 특정 단체의 요청에 따라 게양이 결정된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한반도기는 각종 국제 체육대회에서 평화와 통일의 상징물로 부각됐지만, 게양을 놓고 논란이 일어난 배경에는 남북통일이라는 우리의 열망이 아직도 유효한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갈라진 민족이 같은 이름으로 한자리에 선다는 것만으로, 또 남북이 단일팀을 이룬다는 것만으로도 온 민족이 열광하고 설렜다. 하지만 우리의 소망과 달리 북한은 최근 일체의 대화통로를 차단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지금의 남북관계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남쪽의 열망을 무시한 채 그들만의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마당에 한반도기 게양은 변화된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북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인 한반도기 게양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는 북의 행태에서 드러나듯이 우리의 염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따라서 한반도기 게양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시민과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급선무다. 명분에 매달리기보다는 북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정서를 충분히 헤아려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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