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대학의 고객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 답변은 한결같다.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것도 학생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사실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 기업이나 어느 사회조직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학의 목표 설정과 전략이 이 질문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현재의 체계를 갖춘 것은 십자군 전쟁으로 돈이 몰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분쟁을 해결할 법률전문가 양성이 필요해서부터이다. 이후 여기에 자연과학이나 철학 등이 합쳐져 현재의 대학 커리큘럼으로 발전했다. 다시 말하면 사회의 요구가 결국 현재의 대학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요새 인공지능이 뜨니 각 대학마다 인공지능 학과가 만들어 지는 것과 같다. 

이렇듯 대학의 역할은 연구로 사회를 이끌거나 교육을 통해서 그 사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이다. 즉 사회의 발전 방향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대학의 역할은 학문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 지고 그렇게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대학의 고객은 당연히 우리 사회이고 또한 사회를 이루는 기업들이나 사회 조직일 수밖에 없다. 만약 대학의 고객이 학생이라면 학생들의 편익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힘든 교육과정 대신 쉽고 편한 대학 생활이 사회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에게 조차도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이들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대략 두 가지다. 첫째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산업이 수요자인 고객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피교육자에 대한 교육 환경 역시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졸업만 하면 바로 취직이 되는 때가 있었다. 웬만한 대학을 나와도 졸업도 하기 전에 직장을 다녔다. 대학도 굳이 교육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학생 정원만 늘이면 됐다. 규모를 키워 놓아야 재정 수입도 올릴 수 있고 큰 대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입학 정원수를 늘이기에 골몰했고, 공급자 위주의 기업들이 그렇듯 사회변화와는 상관없이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아탑이라는 말도 얻게 됐다.

그러나 교육산업이 고객중심의 형태로 급변하였다. 이제는 졸업을 해도 마땅히 기업에 가기도 쉽지 않다. 기업 자동화와 첨단 기술의 발달로 기업이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취업시장은 공급과잉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기업들도 예전 기술이 아니라 첨단 정보기술을 겸비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됐고, 전과 다른 새로운 능력의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첨단화로 인한 무인(無人) 기업의 확산과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교육 커리큘럼으로는 고객인 기업과 사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다는 것이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교육환경의 변화이다. 코로나19 이후에 절감하고 있듯이 이제 인터넷을 기반으로 비대면 강의가 일반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르고 교육자나 피교육자 양쪽이 이러한 환경에 점차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강의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져 오히려 더욱 편리하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결국 대학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비대면 강의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터넷세상에서 대학의 경쟁 상대는 국내 대학이 아니다. 외국의 유수대학은 물론 민간 전문교육기관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공간과 시간의 장벽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 시스템 갖고는 이러한 변화를 극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생존도 위험하다. 이제 변화된 고객과 새로운 환경에 맞춰 대학의 교육방식이나 생존 전략을 다시 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그것을 누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시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제 남겨진 대학의 과제다. 

경영학은 말한다. 고객을 잊으면 그 조직은 고객을 잃고 고객을 잃으면 기업은 망한다. 고객을 잊으면 기업은 고객에 군림하려 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봐도 한때 성공한 수 많은 기업과 국가가 자기 도취에 빠져 고객을 잊을 때 쇠퇴하고 사라져 왔다. 현재와 같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시대변화를 잊은, 고객을 잊는 기업이나 대학은 결코 살아 남기 어렵기 마련이다. 이제 대학도 기업처럼 새로운 세상에의 준비만이 살길이다. 생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얻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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