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평생교육부장
최용석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평생교육부장

평생교육은 이념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기회 균등 보장과 공정하고 포용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포함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기초적인 학습 능력, 즉 문해력을 사회가 책임지고 갖추도록 해 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로 비대면·비접촉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또 다른 계층 격차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디지털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경제·사회적 격차를 의미하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가 그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 ‘삶의 질’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광클릭’으로 온라인 예약 신청을 하거나 생필품을 구매하지만,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른 시간부터 판매점에서 줄을 서거나 마트에서 장을 봐야 한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평생학습을 담당하는 공공시설들이 비대면 온라인 학습 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은 온라인 학습이 반갑지 않다.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을 얻어 어렵게 회원 가입과 수강 신청은 했으나 온라인 학습을 위한 앱 설치와 환경 설정을 하고, 강사와 소통하는 학습 진행을 버거워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온라인을 이용하기 힘든 디지털 환경은 아니다. 웬만한 이들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줄 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년층도 85%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디지털 접근 환경은 좋은 것으로 보이지만, 활용 능력에서는 일반인의 64.3% 수준에 머물렀다. 노년층 경우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단순히 정보 검색과 유튜브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칠 뿐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다거나 학습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디지털 정보화 역량 강화를 위해 각 지자체 및 문화센터 등 대다수에서 실시하는 노인을 위한 디지털 ‘정보화 교육’은 일괄적인 커리큘럼 집합교육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촘촘하게 익히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각자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다르고 필요한 기술 수준 역시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게 집합교육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특히 노인의 경우 한 번 교육으로 완벽하게 학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디지털 시대에 이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으로 노인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습득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알려 주고 도와주는 디지털 학습 조력자가 필요하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실시하는 노인 대상 디지털 조력자(Digital Supporter)정책은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이 주민자치센터나 공공도서관을 찾아 노인에게 스마트폰 이용법을 코칭하는 프로그램인 디지털 리터러시(활용능력)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은 공공도서관을 통해 신청하고,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노인을 모집한다. 우선 노인 측면에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 방법을 꼼꼼히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단체 집합교육이나 온라인 교육처럼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일대일 멘토링이 이뤄진다는 점으로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자발적 봉사활동 외에도 노인에게 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노인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은 기술 발전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디지털 격차를 줄임으로써 세대 격차를 해소하는 계기와 학생에게는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포용’과 ‘연대’라는 시대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 우리나라 중학교 자유학년제나 동아리 활동 시간을 통해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면 좋을 듯하다. 

 노인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능력으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 사회가 서둘러서 준비해야 하는 당면 과제이다.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마스크 앱 이용 등 여러 측면에서 공정하고 포용적인 학습사회가 필연적으로 느끼는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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