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여름 장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부지방 기준으로 지난 6월 24일 시작한 올여름 장마가 12일로 역대 최장기록(49일·2013년)을 갈아치우면서 곳곳의 도로는 침수되고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사망 실종자가 50명을 넘었고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으며, 가옥과 농경지 침수로 거주 공간과 생업 터전을 잃은 국민은 충격과 시름에 빠져있다.

이런 와중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 덕에 홍수 피해가 줄었다고 주장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대 강 보(洑)의 영향에 대한 재조사와 평가를 지시했다.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은 지금 당장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데 국가는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사업에 대한 재조사와 평가를 하자는 것으로 답하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다. 동문서답은 동쪽을 묻자 서쪽을 답한다는 뜻으로 질문에 대해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는 것을 일컫는 말로 표현을 그대로 보자면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입장이 달라 상대방의 질문을 애써 무시하는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해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방이 부분 유실된 섬진강을 비롯해 정비가 제대로 안 된 하천에서 수해가 커진 원인이 어디 있는지 댐 수위 관리 실패 등 유지·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 따져보고 보완 대책을 찾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모습의 자연재해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펴낸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기온 상승 폭은 지구 전체 평균의 2배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예상치 못한 한파와 폭염 그리고 이번 장마까지 범인은 모두 지구 온난화다. 

수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수해 원인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데 급급해 동문서답하지 말고 이제 도움의 손길이 시급한 국민들의 애타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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