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강제 도입 후 올해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인천 유나이티드를 바라보는 인천축구계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리그 최하위 성적은 물론 구단 내부 갈등까지 이어지는 등 유례없는 상황임에도 인천시나 구단 분위기는 너무 태평하다는 게 인천축구인들의 주장이다.

12일 인천지역 생활체육축구동호인 및 축구지도자 등에 따르면 승강제 도입 후 매년 강등 위기에 놓였던 인천은 올해 게임 수도 적고 한 팀만 강등되는 등 다소 수월하게 잔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어느 해보다 어려워 보인다.

특히 시즌 시작부터 꼴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성적도 문제지만 최근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의 사퇴로 불거진 구단 사무국 내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등 팀 분위기마저 어수선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단주가 있는 인천시나 최대 주주인 시체육회, 이사 등 구단 관계자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해 인천축구인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강등 위기에서의 구단 관계자들의 움직임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2016년 박영복 전 대표가 있을 당시 팀이 강등 위기에 처하자 시 정무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선수단 사기 진작과 구단 내부 결속 등에 앞장섰다. 당시 비상대책위 위원은 서포터스, 이사진, 시체육회 관계자, 주주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2018년에도 정규시즌 오프 11경기를 남기고 12위 꼴찌인 상황에서 다시 비대위를 결성했다. 당시 위원장은 전달수 현 구단 대표였으며, 이때도 시 체육담당 국장, 축구전문가, 구단 이사, 시의원 등 구단과 연관 있는 인물들로 꾸려졌다.

2016년과 2018년 인천은 꼴찌에서 기적적으로 각각 10위, 9위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인천지역 생활체육축구동호회 한 회원은 "올해는 한 팀만 강등돼 조금만 분위기를 다 잡으면 되는데도 인천은 시즌 초반부터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팀 분위기가 강등으로 가고 있음에도 구단과 관련된 기관, 단체, 구단 내부 등의 대응이 너무 태평하다는 것"이라며 "그냥 강등되자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쯤이면 구단 직원의 결의나 인천시의 강경한 입장 등 팀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행동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아직 경기가 남아 있고, 잔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시와 구단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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