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14일 집단휴진을 강행할 모양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반발해서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거창하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의료인들이 사회에서 가지는 가치는 크다. 특히나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성공적인 질병관리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의료인의 희생정신에 국민들은 늘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이유로 집단휴진할 정도로 우리의 의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에서 보면 현격히 적은 의사 수와 지역 간 편차는 당장 극복할 수 없는 과제다. 현실을 보자. 지난해 기준 인천의 의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1.7명에 불과하다. 서울(3.1명)은 물론 전국 평균(2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의사 수 부족은 지역의 의료 공백과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의료인력 부족은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초래해 의료서비스 질을 낮춘다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를 해결할 답이 무엇일까. 결국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단순히 의료인을 많이 배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의료인은 돈벌이만 생각하는 장사꾼이 아니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실력 있는 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은 이를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지역의 의대 정원은 89명에 불과하다. 인하대 의대 49명, 가천대 의대 40명 등으로 전국 꼴찌 수준이다. 국립대인 인천대에는 의대조차 없다. 서울대 의대(135명)나 전남대 의대(125명), 연세대·한양대 의대(110명) 등과는 비교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적은 의대 정원은 장기적으로 지역 내 의사 부족과 의료공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동네 의원이 문을 닫으면 서민들은 갈 데가 없다. 단순한 감기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공공의료 체계가 완벽한 것도 아니다. 시쳇말로 의료공백이 오면 서민들은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게 우리의 의료 현실이다. 의료인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아무리 절대적 이유와 가치가 있더라도 의료공백으로 시민 건강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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