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 연구실 김태원 교수와 조붕호 학생이 발견한 인도양 심해 열수분출공에 서식하는 장님게. <인하대 제공>

인하대학교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극한 환경에 사는 게의 외골격 특성을 밝혀냈다.

13일 인하대에 따르면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연구실이 최근 인도양 열수분출공에 사는 게를 분석한 결과, 연안 종에 비해 구성 성분이 다양할 뿐 아니라 특수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내용을 담은 논문 ‘인도양 심해 열수분출공에 서식하는 장님게의 독특한 외골격 특성’은 JCR(Journal Citation Reports) 동물학 분야 상위 10% 내 저널 ‘인터그레이티브 앤 컴패러티브 바이올로지(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에 등재됐다. 김태원 해양과학과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고 박사과정에 있는 조붕호 씨가 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2018년 6∼7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해양조사선 이사부호를 타고 인도양 심해 열수분출공 탐사에서 확보한 게 시료를 대상으로 했다. 인도양 심해 열수분출공은 평균 깊이는 2천m 이상이고, 400℃가 넘는 뜨거운 열수분출물이 나오는 지역이다. 이 게는 우리나라가 인도양에서 세계 네 번째로 발견한 열수분출공 ‘온누리(Onnuri)’에 살고 있다.

연구 결과, 장님게는 고열·고압을 견딜 수 있도록 환경에 적응한 결과 외골격이 연안 종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불리간드 구조(Bouligand structure)’로 알려진 기계학적 특성·경도·강도·탄성도를 높여 주는 외골격 층이 연안 종에 비해 두껍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외골격 구성 성분 역시 다른 갑각류의 외골격을 강화하는 칼슘·마그네슘뿐 아니라 질소·알루미늄·황·염소 등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극한 환경에 노출이 잦은 소방관·잠수사의 방화복·보호복을 비롯해 인공골격, 건축물 보강 구조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불리간드 구조는 이를 발견한 생물학자 이브 불리간드(Yves Bouligand)의 이름을 딴 것으로, 키틴 단백질 기반 섬유 다발층으로 구성되며 180도를 돌면서 쌓여 한 층을 이룬다. 1965년 이 구조가 재료를 파괴하려 할 때 저항성을 높여 준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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