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택배업계가 올해부터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심야시간 배송을 최소하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여전히 쉬지 못하고 일하는 근로자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늦은 밤 배송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택배기사의 모습.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정부와 택배업계가 올해부터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심야시간 배송을 최소하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여전히 쉬지 못하고 일하는 근로자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늦은 밤 배송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택배기사의 모습.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올해 처음 ‘택배 없는 날’이 본격 실시되면서 인천지역 택배기사들도 짧은 연휴에 들어가지만 마음은 그리 넉넉지 않다.

13일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급증한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매년 8월 14일 하루를 ‘택배 없는 날’로 지정했다. 국내 위탁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지 28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7일은 정상근무에 들어간다.

인천에서 4년째 택배기사를 하고 있는 한모(44)씨는 "회사에서 쉬는 날로 정해 이참에 며칠 쉬려고 한다"면서도 "쉬는 날을 주는 것은 좋지만 택배기사들에 대한 복지 및 근무환경 처우가 더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휴가 복귀 후 쌓여 있을 택배 물량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용 형태에 따라 업무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택배기사들이 있어 상대적 차별성 없는 휴식일 보장이 요구된다.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A택배회사 등은 ‘택배 없는 날’ 휴무 여부에 대해 묻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14일에도 영업을 이어갈 뜻을 보였다. 인천의 다수 택배기사들이 휴무가 불가능한 소규모 영업장에서 근무하거나 지입차를 이용한 자영업자 형태로 근무하기 때문이다. 평일 하루 휴무를 가질 경우 따라오는 매출 저하는 고스란히 택배기사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현재 자영업기사들의 업무 구조는 택배 물량을 배송하는 기사들이 늘어날수록 물건당 배송단가가 줄어드는 구조라 업무량에 비해 낮은 매출을 올리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일부 물류회사들은 쌓여 있는 택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수시로 자영업 형태의 택배기사를 모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택배기사들의 개인당 매출도 줄어드는 실정이다.

또 ‘택배 없는 날’ 당일 새벽배송과 로켓배송 등 신선제품들의 택배서비스는 계속될 예정이라 누군가는 또 배송을 해야 한다.

9개월간 야간에 택배 배송을 한 박모(41)씨는 "새벽 택배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신이 없다"며 "예전엔 새벽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택배 배송을 해도 어느 정도 수입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형태에 따라 휴무 등 처우가 달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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