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나무에도 구민의 안전을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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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나무에도 구민의 안전을 심어
허인환 인천동구청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8.18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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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환 인천동구청장
허인환 인천동구청장

과거 ‘수도국산’이라 불리던 동구 송현동 23번지 일대에는 현재 약 7만2천500㎡ 규모의 송현근린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은 지난날 상수도 시설 보호로 일반인 접근을 허락하지 않아 사람의 발길 대신 나무와 풀들이 자리를 잡았고, 공원이 조성된 이후에도 그 수목들은 아직 일부가 남아 있다. 산 정상 송현배수지에서 누리아파트로 넘어가는 인중로 방향 능선 경사지가 그곳이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이곳은 주민들에게는 삭막한 도시생활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산책길이면서, 태풍이나 집중 호우 등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켜 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초속 40m를 기록하며 인천지역을 강타한 역대급 태풍 ‘링링’으로, 이곳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그 곳에 있던 아까시나무 40여 그루가 태풍에 무참히 쓰러졌다. ‘아카시아’로 잘못 알려져 있는 아까시나무는 본래 아열대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상록수로, 기존 우리나라 기후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기록이 있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구에서 긴급 복구를 했으나 한 번 쓰러진 나무가 예전 같을 수 없었다. 언제든 많은 양의 비가 내리거나 또다시 태풍이 찾아온다면 큰 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존했다. 

 본격적인 우기를 대비해 지난 4월 이곳을 비롯한 지역 내 경사지 등을 일제히 점검했다. "이 곳을 그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아까시나무가 뿌리를 옆으로 얇고 넓게 뻗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한 그루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서로를 붙잡고 함께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 모두 속이 썩어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문가의 진단과 자문을 토대로 즉시 조치에 나섰다. 쓰러진 나무만 치우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위험 제거가 되지 않아, 해당 지역에 있던 아까시나무 전부를 베어 내고 그 자리에 왕벚나무 60여 그루를 심었다. 사정을 모른 채 그 과정을 지켜 본 일부 주민들은 어리둥절했다. "왜 멀쩡한 나무를 베어 내느냐"며 들어온 민원도 여럿 있었다. 

 사실 동구에는 이 아까시나무에 얽힌 아픈 역사가 있다. 지난 1990년 9월 11일, 송림동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옛 박문여고와 선인중학교 사이 야산 중턱 절개지가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23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그때도 피해의 주요인은 바로 아까시나무였다. 앞서 말한 위험성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절개지 부근 아까시나무들이 뿌리가 한데 엉킨 채 함께 쓸려 내려가며 산사태 규모와 피해를 더욱 키웠던 것이다. 나는 끔찍했던 그 재난을 기억하는 동구 주민의 한 사람으로, 보여주기식 미봉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선은 안전 위협 요인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도 ‘구민의 안전’이 우리 구정 가치 판단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긴급히 조치하다 보니 사전에 관련 내용을 주민께 널리 알려 설명해 드리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어쨌든 이러한 조치 후 약 넉 달이 지난 지금, 유례없는 장기간 집중호우가 온 나라를 덮쳐 수십 명이 사망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아까시나무를 베어 낸 현장에는 당시 심은 왕벚나무들이 벌써 사람 키를 훌쩍 넘겨 2m 이상 높이로 자라났다. 키가 큰 나무들로 빽빽이 우거졌던 과거의 모습에 아직 견줄 바는 아니지만, 기록적인 비에도 이곳은 끄떡없다. 또한 베어 낸 나무줄기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듯 새순이 돋아났다. 비가 멎고 가을이 오면 이곳에 왕벚나무를 추가로 심어 월미공원이나 수봉공원 못지않은 인천의 벚꽃 명소로 가꿔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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