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방자치의 꽃은 지방의회이고, 지방의회의 꽃 중의 꽃은 행정사무감사라고들 한다. 행감을 통해 집행부의 정책을 감독·평가하고 문제점을 파헤쳐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업에 뜻이 없는’ 의원들이야 행감 자리가 가시방석일 수 밖에 없겠으나, 간단없이 실력을 갈고 닦은 의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펀치력’을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평상시 열리는 회기를 통해서도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의 존재이유를 입증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행감이야말로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올림픽에 해당될 정도로 ‘초대형 잔치’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는 매년 1회 그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대해 시도에서는 14일의 범위에서, 시·군 및 자치구에서는 9일의 범위에서 감사를 실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특정 사안에 관해 본회의 의결로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조사하게 할 수 있다’며 행정사무 감사권과 조사권을 지방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지방의회에 따라 행감 시기는 제각각이다. 대개 제1차 정례회(6월) 기간이나 제2차 정례회(11월) 기간에 행감을 실시한다.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 지는 알 수가 없다. 전적으로 개별 의회의 판단영역이고, 선택의 문제다. 용인시의회의 경우 제2차 정례회 기간에 행감 일정을 잡는다.

올들어 종식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과 수마가 할퀴고 간 깊은 상처 등으로 공직자들의 업무 하중이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절절한 호소가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용인시공무원노조가 나섰다. 14∼17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행감 시기 변경 설문조사’를 벌였다. 현행대로 고수하거나, 제1차 정례회로 변경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물었다. 설문 결과는 취합 중이어서 아직 모르지만 노조의 입장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설문결과는 시의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할 모양이다.

하지만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이 같은 문제야말로 전적으로 의회가 판단할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대로 하되 기간을 축소하거나 특별히 업무강도가 높은 보건소나 재난부서 등은 행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민할 여지는 있다. 하여간 의회의 몫은 의회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적절하다.<용인=우승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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