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1천 냥이면 눈은 900냥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으로 그 사람의 전신건강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양막이식술과 연계, 혈관이 노화해 생기는 염증을 제어해 눈의 노화를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올해 3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연수김안과에서 새롭게 진료를 시작한 김재찬(68·사진)원장. 김 원장은 중앙대병원 안과교수 시절 면역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안구 표면의 반흔 형성을 약화시키는 양막이식술의 효과를 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바 있다. 또 200편 이상의 논문을 등재했고, 10건 이상의 특허를 취득하는 등 ‘눈 명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이제 동북아 허브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인천에서 자신의 노하우와 열정적인 연구활동으로 미래 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현재 김 원장은 연수김안과에서 각막염, 백내장, 각결막염, 각막궤양, 외안부, 양막이식, 줄기세포클리닉 등의 진료를 맡고 있다. 또 귀구슬연골막·코점막 이식술을 통해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던 환자들의 안구 재건과 치료에 있어서 국내 최고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김 원장이라면 ‘양막이식술’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 초는 국내에서 한창 엑시머레이저로 근시수술을 해 자주 합병증이 발생하던 시기였고, 잘 낫지 않는 각막 창상이 문제가 되던 때였다.

당시 김 원장은 엑시머레이저로 각막의 바닥막이 손상돼 복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자 양막의 바닥막을 이용해 창상 치유를 증진시키는 방법을 생각했다. 전공의 시절 스승이었던 구본술 교수가 태반을 이용한 치료로 거부반응도 없고 창상 치유가 빨리 되는 것을 보고 양막의 바닥막을 활용한 치료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이어 미국 연수 때 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치료 방법이 나오게 됐다.

양막은 ‘자궁 안에서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비교적 투명한 바닥막(기저막)으로 세포들이 잘 자라게 해 태아가 염증 없이 잘 성장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특히 양막에는 창상 치유가 잘 되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많아 손상된 각막에 이식하면 흉터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양막이식은 군날개(익상편)의 높은 재발률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군날개란 안구결막에 날개모양 섬유아조직이 증식돼 각막(검은 동공)을 침범하는 질환으로, 주된 원인은 자외선이다. 항상 눈이 충혈되고 심해지면 시력장애까지 일으키는 질환인데, 군날개 수술 후 재발하면 치료도 힘들고 환자도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 이때 양막을 잘 이용해 수술하면 재발률을 낮출 수 있고, 창상 치유가 빨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질환에 따라 양막이식술도 여러 가지다. 최근에는 수술적 방법보다 봉합사로 꿰매지 않고 콘택트렌즈처럼 간단하게 삽입해 몇 분 안에 간단히 시술할 수도 있다.

2018년 2월 중앙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김 원장은 "지금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임상적으로는 전신적 만성염증질환(비만·당뇨·고지혈증·암·심장질환·자가면역질환 등)에서의 노화 과정으로 나타나는 건성안과 눈의 만성염증을 제어하는 기능성 식품 및 음식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하고 있다"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는 또 "눈을 보면 전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해 상관관계를 분류, AI기술과 접목해 만성 염증성 질환인 당뇨 및 기타 전신질환과의 상호 관계를 진단 기준으로 개발하려고 한다"며 "현재 면역염증제어물질을 찾아 항노화 약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원장은 수술적 치료에서 여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의 특성에 맞는 수술·치료 방법을 정립한 시스템 모델도 개발해 후배 의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어릴 때는 과학자가 꿈이었는데, 지금 의사의 길을 가고 있어도 의학과 과학을 접목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미래 의학은 치료도 중요하겠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정신적·육체적·심리적 문제를 모두 다루는 개념의 치유의학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병이란 하나의 증상이 아닌 다양한 증상으로 이뤄진 만큼 치유 개념의 미래 의학이야말로 진정한 의료복지이자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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