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안산 A사립유치원 전경. 사진=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지난 6월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안산 A사립유치원 전경. 사진=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다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건 아이들의 안전한 학습권 보장 아닌가요."

집단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던 안산 A사립유치원이 두 달여 만에 임시 운영을 시작했지만, 방역당국의 일시적 폐쇄 조치 이후 퇴소했던 80여 명의 원생이 제외돼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18일 경기도교육청과 안산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폐쇄조치가 내려졌던 A유치원이 이날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현재 재원생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180여 명 가운데 다른 유치원으로 옮긴 60여 명과 일시 퇴소한 80여 명을 제외한 유아들로, 이날 등원한 원생은 총 36명(만 3세반 16명, 만 4세반 10명, 만 5세반 10명) 중 27명이다.

앞서 도교육청은 유치원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임시 원감(원장 직무대리)과 교사 3명을 비롯해 행정직원과 방과후과정 담당자 등을 배치하고, 급식은 외부 도시락업체에 위탁했다.

그러나 스스로 퇴소해 재원생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치원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80여 명의 유아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다. 이들은 유치원에 대한 신뢰 상실 및 9월을 목표로 추진되던 ‘매입형 공립유치원’으로의 전환을 기다리며 일시 퇴소를 결정했지만 교육부의 ‘감사를 통한 위법사항 등에 대한 처분 우선’ 방침으로 인해 공립유치원 전환 시기가 미뤄지면서 아이가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학부모 조모(34·여)씨는 "아이가 ‘장출혈성대장균(O-157)’ 감염 및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을 겪으면서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 퇴소를 결정했다"며 "공립유치원으로의 전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학습권은 무시한 채 내려진 교육당국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김모(39·여)씨도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진데다 식중독 사고로 인해 올해 아이가 등원했던 건 불과 2주뿐"이라며 "유치원 측에서는 재원생 신분이 아니라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 현재 아이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집에만 갇혀 지내는 형편"이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임시 운영 계획은 물론 공립 전환 계획에서도 현재 유치원에 등록된 원아의 수를 기준으로 절차가 진행돼 해당 유아들의 제외는 불가피했다"며 "다만, 유치원이 안정화되고 여력이 생기면 기존 재학생 가운데 정원에 맞춘 추가 모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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