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역의 역사자료를 발굴하고 수집, 정리, 발간하는 인천역사자료관을 중구 신흥동 소재 옛 시장관사로 이전하기로 확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의 역사를 집적하는 역사자료관을 우리의 전통가옥인 중구 송학동 한옥을 떠나 적산가옥인 일본식 부윤관사로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지역역사 연구는 물론 역사사랑방 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역사박물관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적산가옥으로 이전한다면 장소의 적정성 문제를 놓고 향후 끊임없이 쟁점사항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사자료관이 중구 송학동에서 신흥동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도시재생사업 때문이다. 현 역사자료관의 폐지는 민선 7기 인천시가 원도심 균형발전의 방안으로 제시한 아이템으로, 역사자료관의 역사성을 살려 전시·체험공간으로 재단장한 뒤 시민 개방형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 역사학계에서는 인천의 역사를 연구하고, 시사를 편찬하며 역사 강좌를 통해 시민들에게 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중요한 역사자료관을 도시재생이라는 명목 아래 폐지하고, 이리저리 이전할 곳을 찾다가 결국 일본식 가옥으로 들어가게 되니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인천역사자료관은 이미 매년 3만 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시민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 산재한 개항사박물관, 인천근대건축자료관, 인천근대문학관, 짜장면박물관, 개항장 등 인천 근현대 역사벨트를 형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 부윤 관사는 1960년대부터 반일 감정이 높아지면서 관사를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던 곳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땅에서 누린 일본인들의 호사를 엿볼 수 있는 부윤관사로 굳이 이전해야 하는지 따져 볼 일이다.  

현재인천역사자료관에는 인천 지역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의 역사를 알게 해주는 수천 권의 책자와 수많은 역사자료가 보관돼 있으며,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인천향토사 강좌를 개설하는 등 인천 역사를 위한 기관의 역할을 잘 담당하고 있다. 물론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시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미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며 인천시민이 즐겨 찾는 현 역사박물관을 굳이 옮겨야 하는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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