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이 1위로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서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 실책으로 민심이 폭발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위기 상황에서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정부의 정책 추진력도 끌어올리기 위한 격려성 발언으로 보인다. 절묘하게도 이틀 전에는 OECD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1.2%→-0.8%)를 상향 조정까지 했다.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조정치였다. 

 세 요인이 결합돼 만들어진 결과일 듯하다. 첫째 다른 나라에 비해 방역을 잘했다. 방역 관계자들의 기여가 크다. 둘째 시의적절하게 재정확대 정책을 취했다. 이것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해온 일인지라 적절한 대응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셋째 착시효과가 크게 한몫했다. 그동안 너무나 곤두박질쳐서 (기저효과로) 경제지표의 하락폭이 낮게 나온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통령의 격려 발언은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한술 더 떠 "OECD 권고가 정부 정책 방향과 부합한다", "디지털 분야 투자를 통한 생산성 개선, 재정승수가 높은 재생에너지…(중략) 등 한국판 뉴딜과 궤를 같이한다", "대부분이 혁신적 포용 국가로의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과제"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노동·자본·원재료) 생산성은 구체적인 경영 목표다. 애매하고 추상적으로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참고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10년 넘게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재정승수가 높다는 말도 낯설다. 재정승수는 재정활동의 국민경제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그런데 경제성이 가장 높은 원전은 폐쇄하면서 ‘국토 훼손, 높은 발전 단가, 비효율적인 기후, 중국산 장비 독식’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재생에너지를 재정승수가 높다며 정당화하니 기가 막힌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미 ‘생산성, 재정승수, 고용의 질’ 등 모든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큰 것으로 판명이 났다. OECD 권고를 약으로 삼으려면 그동안 외면해온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규제철폐, 구조조정, 노동개혁이 그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