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책임지는 상가권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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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이 책임지는 상가권리금
조수호 <인천지방법무사회/부천지원 민사·가사조정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20.08.21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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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호 <인천지방법무사회/부천지원  민사·가사조정위원>
조수호 <인천지방법무사회/부천지원 민사·가사조정위원>

인간은 생활에 필요로 하는 모든 수요를 스스로 자급할 수는 없고 타인이 생산한 물품으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상품의 교환과 이를 매개하는 상인이 생겨나게 됐다.

 사마르칸트에 근거를 둔 소그드인은 일찍이 중앙아시아를 누비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교환시장에 뛰어들었고 장사를 잘 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소그드인은 아기가 태어나면 입안에 설탕을 머금게 하고 손에는 아교를 쥐어 준다. 그것은 아이가 성장했을 때 설탕처럼 좋은 말만 하고 아교가 달라붙듯이 한번 쥔 돈은 절대 놓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한 구당서가 이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소그드인이 타고난 상인이라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익을 눈앞에 둔 인간간의 상거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인은 모든 감정을 억제하고 ‘영혼을 끌어다’ 거래를 성사시킨다. 상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쌓아온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등의 성과는 영업장소가 타인 소유일 때는 임대인의 의사 여하에 따라 하루아침에 박탈당하기도 한다. 

 철학자 예링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했다. 상인이 이룩한 성과를 보장한다는 것은 분명히 정의롭고 도덕적인 것이나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것이어서 도덕의 최소한에 들어간다는 인식을 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인의 영업적 성과가 권리금의 형태로 관행상 용인돼 왔지만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다가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어 권리금을 입법화하기에 이르렀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에 관한 규정을 두고 나아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경우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규정하고 있다. 

 법은 권리금 회수 보호에 관해,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①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②신규임차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③신규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④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으로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신규 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 또는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차 목적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 없이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때에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판례는 권리금보호 규정을 임대차가 종료될 때는 물론이고 임차인에게 더 이상 계약갱신 요구권이 없어진 시점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①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차임을 연체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②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한 경우 ③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물을 전대하거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④임차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돼 임대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⑤임대인이 재건축하기 위한 경우 ⑥그 밖에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임대인의 지위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아무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영혼까지 동원한 임차인의 노력의 대가가 법적으로 보장돼 임대인까지 권리금의 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하지만 신뢰관계가 중시되는 임대차계약 관계가 법적인 잣대로만 재단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최선의 판결보다도 최악의 조정이 더 낫다’는 법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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