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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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궁금하다
백승국(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8.21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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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국(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백승국(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오래전에 본 영화 <다빈친 코드>를 다시 봤다. 주인공인 하버드 대학교의 로버트 랭던 교수는 문자를 연구하는 기호학자이다. 그는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속에 숨겨진 문자기호를 해독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세상에서 사라진 문자기호를 암호처럼 해석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기호학자의 신비스런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세상에는 6,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문자는 50여개에 불과하다. 6,000개의 언어는 목소리로 소통하고, 50개의 문자는 사람들의 말을 기록하는 도구이다. 5,000년 전에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문자인 수메르인의 쇄기문자는 물물교환 했던 가축의 수를 기록한 기억의 도구였다. 3,300년 전 중국 상나라시대 동물의 뼈와 거북이 배에 새긴 갑골문자는 당시의 날씨, 정치, 사회 현상을 기록한 도구였다. 그리고 1,433년에 창제된 세종의 훈민정음은 백성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애민주의가 담긴 소통의 도구였다. 50개의 세계문자는 각기 다른 모양새와 쓰임새를 가지고 있지만, 6,000개의 언어를 저장하고 기록하는 플랫폼이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과 지식을 기록한 50개의 세계문자를 체험할 수 있는 <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건립 중에 있다. 국비 900억이 들어가는 공사로 2022년 개장을 목표로 송도 센트럴파크에 건립 중이다. 2015년 8개의 도시가 박물관 유치를 신청했지만, 문자도시의 역사성, 국내외 방문객의 접근성, 박물관의 미래 비전 등을 매력적으로 제안한 인천시가 유치에 성공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1만 5천 652제곱미터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건립된다. 

 <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프랑스 피작시에 건립된 상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과 중국 안양시의 세계문자박물관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건립되는 세계문자박물관이다. 300만 인천 시민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인류 문명과 지식의 진화를 이끌어온 문자문명, 문자문화, 디지털문자 등을 한눈에 체험하는 문자박물관을 갖게 된 것이다. 300만 인천 시민들은 인류 문명사를 기록한 문자콘텐츠를 체험한다는 자부심과 평생 교육을 실천한다는 만족감을 동시에 갖게 될 것이다. 

 <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문자도시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원칙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지속가능한 <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구축하기 위해 박물관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구분해야할 것이다. 국립박물관의 운영방안과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고, 국비를 집행하는 문체부만이 주체는 아니다. 박물관 3.0시대에 인천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시민참여 박물관만이 지속가능한 박물관을 만들 수 있다. 박물관을 지속적으로 찾아오고 문자콘텐츠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핵심 방문객은 인천시민 300만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물관의 이름을 어떻게 호명할 것인지 시민들의 의견을 구해야할 것이다. 온라인 검색에서 <송도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라는 명칭을 내세우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물론 인천하면 연상되는 이미지 중에 하나는 송도국제도시이고, 박물관도 송도에 건립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도심과 상생하는 도시 브랜딩 차원에서 <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으로 통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박물관 개장 전에 전시되는 세계문자콘텐츠가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50개의 세계문자와 관련된 유물유적을 구입하고 대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은 박물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의 문자박물관과 차별화된 킬러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항목 중에 하나는 박물관 수치이다. 크고 작은 박물관이 많은 도시가 걷고 싶은 도시 풍경을 만들고, 문화도시의 자부심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를 방문한 외지인들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박물관을 기억하고 있다. <인천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을 기점으로 인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 더 나아가 문자검색과 문자데이터 기반의 카카오, 네이버, 구글 등의 인공지능 기업들이 문자도시 인천에 관심을 갖고, 제2 제3의 문자플랫폼 기업들이 인천에서 탄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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