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22일 부산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관계개선 의지를 다졌다.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은 이날 회동에서 코로나19 대응 협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한반도 문제, 국제 정세 등 외교 현안을 비롯해 보건·안보·경제 분야를 망라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자력갱생과 핵무장 등 군사력 강화의 길을 걷겠다며 적대감을 키우고 급기야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논의 시기와 주제들은 시의적절했다고 평가된다. 

 두 사람은 특히 주된 관심사안이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 방한은 한중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에 공감함으로써 교착 상태인 남북 관계 속에서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중국의 역할론에도 기대감을 낳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예견하고 우려했듯 양 정치국원은 양국 협력을 논의하면서 동시에 현재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고 있는 전략 경쟁에서 사실상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해 한국 외교에 상당한 부담을 안겼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 홍콩보안법, 남중국해 등 여러 현안을 두고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설득과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경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의 이런 관심과 설득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강도를 키워갈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이번 회담은 중국의 탐색전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 정치국원의 이번 방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 시각이 상존했던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음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이 방한키로 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바람대로 요구 사항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 역할을 간과할 수도 없지만 미국과는 동맹 우방국이라는 대전제가 외교적 전략으로 견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 나라 사이에서 눈치보기 전략이 아닌 외교적 실리를 꾀할 최상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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