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해법은 없는가?
상태바
한일관계 해법은 없는가?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8.26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올해로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광복을 찾은 지 75년이 되었다. 이 정도 세월이면 한일 관계도 정상화될 만도 하지만 오히려 양국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갈등이 첨예화된 것은 특히 2018년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에 의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였다.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해결이 완료됐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한국 정부는 "개인 청구권이 국가 간 조약에 의해 소멸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논리를 삼권 분립에 따라 존중한다면서 맞섰다. 작년 7월 일본이 대한 수출 규제조치를 취하자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면서 양국 관계는 회복 불능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우선 양국의 정치권이 움직여야 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우경화하면서 혐한 세력을 부축이고 양국관계 악화를 지지율 회복에 이용한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한일 관계를 미래보다는 과거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문제에서도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하에 과거 정부의 잘못된 일들을 찾아 내어 바로잡겠다면서 이미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 같은 연장선에서 보수 정권하에서 일본과 외교관계에서 추진했던 모든 협정이나 정책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수정이 가해졌다. 문제가 된 대법원 판결도 박근혜 정부하에서 사태의 파급성을 감안해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전 조율한 것을 재판 거래로 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기도 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역대 어느 정부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출범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또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국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그리고 최근의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서 확인됐듯이 현 정부의 핵심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 같이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는 성인군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직후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치자금을 일체 안 받겠다고 하지 않고 얼마 이상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적폐와 잘 못된 관행을 고치고 바꿔야 한다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개혁 속도와 방식이다. 모든 것을 단칼에 그리고 하룻밤에 바꿀 수는 없다. 특히 외교관계는 국제관례도 있고 당사국의 입장도 있어 비록 정권이 바뀌더라도 체결된 협정이나 추진된 정책은 존중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나라가 우리를 신뢰하겠는가?

시민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우리의 시민사회는 대체로 진보적이어서 일본에 대해서는 정부보다 더 공격적이다. 윤미향 사건에서 보듯이 위안부 문제 같은 일본과의 현안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문제는 모두 강경하고 비타협적인 소수의 민간 시민단체가 독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양국 간에 어렵게 마련한 위안부 합의를 깬 것도 이러한 소수 단체의 입김이 작용한 바도 크다 할 것이다. 말이 민간단체이지 정부의 일방적 지원을 독점하고 정치권에 진출하는 대기처로 변질된 지 오래인 것이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현주소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들어서면서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다양한 시민단체가 활동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않는 본연의 순수한 시민단체로서 역할에 충실한 새로운 활동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에는 한일 양국 간 청년 세대들의 교류와 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들도 있어야 한다. 양국 정부가 반일과 혐한을 정치 목적에 이용해 먹는 사이 벌어진 양국 일반 국민들의 사이를 좁혀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코로나로 온 인류가 전대미문의 새로운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위기는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과거 전염병은 후진국에서나 창궐하는 것으로 치부됐다. 보라! 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이 코로나로 완전히 거덜나고 있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사로잡혀 안에서 싸우고 이웃인 일본과 싸우는데 에너지를 소모하겠는가. 코로나가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미래를 보고 위기를 같이 헤쳐 나가라고!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