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밭의 은하수
안오일 / 다른 / 1만3천 원

우리 역사 속에는 시대의 전환을 맞을 때마다 앞장선 영웅들,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싸우고 이름 없이 죽어 간 수많은 이가 있다. 그 중에서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당히 싸운 청소년들이 있다. 저자는 동학혁명의 마지막 혈전이라 할 수 있는 장흥 석대들 전투를 배경으로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주목한다.

 1894년 전봉준이 중심이 돼 일으킨 동학혁명은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착취와 동학교도 탄압에 대한 불만이 도화선이 돼 일어났다. 이는 조선 봉건사회의 억압적인 구조에 맞선 농민운동으로 확대됐으나 청나라와 일본 군대가 들어와 진압하면서 실패에 이르고 말았다. 그리고 이후 일본 세력이 우리나라에 더 깊이 침투한다.

 책 「녹두밭의 은하수」에는 이러한 시대에서 살아가는 소꿉친구 네 명이 나온다. 뱃사공 ‘탄’은 아버지를 대신해 일하며 작가의 꿈을 키우는 열네 살 소년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석대들 전투를 앞두고 아버지마저 농민군으로 떠나면서 할머니와 어린 동생 ‘준’과 함께 힘겹게 살아간다. 

 탄과 가장 친한 친구이며 무예가 뛰어난 ‘설홍’은 동학 접주인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절대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며 남장을 하고 농민군으로 간다. 이윽고 어린 나이에도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접주가 돼 농민군을 이끌게 된다. 

 손재주가 좋고 셈이 빠른 ‘진구’는 석대들 전투 이후 탄의 아버지와 설홍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친구들과 형을 만나러 간다. 진구의 형이 보부상이자 농민군 쪽 중간 연락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구와 만나기도 전에 진구의 형은 토벌대에 발각되고, 소년들은 진구의 형을 묻어주고 돌아온다. 돌아온 소년 중 집이 약방인 ‘희성’은 숙부를 따라 부상당한 농민군을 치료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네 아이들은 거친 땅에서도 단단하게 잘 자라는 녹두를 보며 녹두밭보다 척박한 ‘녹두밭 윗머리’ 같은 험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가자고 다짐했다. 이렇듯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자기 삶을 내어 준 아름다운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성장시키고 더 좋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힘이 돼 줄 것이다. 

그림의 힘 
김선현 / 에이트 포인트 / 1만8천800원

 그림은 눈으로 보자마자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느낌의 매체’라고 한다. 이런 느낌의 힘은 마음 구석구석에 포개어져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준다. 그림은 내 몸 또한 변화시킨다. 오랜 기간 미술치료를 해 온 저자는 명화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림의 힘을 천천히 설명해 준다. 

 책에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영역인 ‘일, 사람 관계, 돈, 시간, 나 자신’을 향상시키는 그림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약 20년간의 연구와 임상 현장을 바탕으로 가장 효과가 좋았던 명화들 중에서 89장의 그림들을 엄선했다. 이 특별한 그림들을 통해 등교 거부를 하던 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치매환자가 밝고 활발해지고,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이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독자들은 책을 차례대로 읽지 않고 하나하나 넘기면서 마음에 가장 와 닿는 그림을 골라 잠시 동안 감상하면 된다. 나를 멈추게 한 그림을 통해 현재 심리 상태를 알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명화를 손수 변형하는 작업이나 스스로를 더 잘 알아보기 위한 명화 테스트도 마련돼 있다.

 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주는 식물 사진관 
 이정현 / 아라크네 / 1만6천 원

 어느 날 식물을 찍기로 결심한 사진작가가 있다.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전혀 아니다. 그리하여 식물초보가 사진을 찍으며 식물에 대해 조금씩 배우며 친숙해지는 과정을 담았다. 책 「식물 사진관」은 식물초보를 위한 따뜻한 지침서다. 

 책을 펼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애정을 담아 찍은 식물들의 모습이다. 어떤 식물은 익숙한 모양새 때문에 친근하고, 어떤 식물은 낯선 모습 때문에 눈길이 간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식물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누런 잎이 지거나 웃자란 모습 또한 색다르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식물초보를 위한 알찬 정보와 조곤조곤한 이야기가 더해진다. 저자는 누구에게나 식물 이야기는 있다고 말한다. 선물로 주고받은 스투키나 어린 시절 집에서 키웠던 소철, 혹은 공기정화에 좋다는 얘기에 들여놓은 산세베리아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책은 파키라를 보면서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실버레이디를 만나면서 학창 시절의 생물 시간을 소환하며, 펜덴스를 통해 식물이 주는 조용한 위로를 이야기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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