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께 용인시 백암면에 위치한 연수사 주변 야산 법면이 지난 2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일부 유실돼 있다.
26일 오후 2시께 용인시 백암면에 위치한 연수사 주변 야산 법면이 지난 2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일부 유실돼 있다.

"집중호우로 무너진 곳도 아직 손을 못 댔는데 태풍이 찾아오면 어떡하죠."

26일 오후 1시께 용인시 백암면 근창리에 위치한 신대마을. 이곳은 지난 2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외벽이 무너지거나 집 주변으로 토사가 흘러내려 오는 등 수해를 입었다.

25년 동안 이 일대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권모(63·여)씨도 수재민 가운데 한 명이다.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호벽이 결국 무너지면서 자택 인근 배수로가 파손됐다. 이로 인해 수백만 원의 재산피해와 함께 도로가 침수되면서 자택에 고립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집 주변의 토사도 일부 유실되면서 언제 급하게 무너질지 모르는 처지다. 특히 폭우로 인해 복숭아 나무가 대량으로 넘어지면서 올해 과수원 운영은 거의 포기한 상태다.

권 씨는 최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해 복구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역대급 강풍을 동반한 제8호 태풍인 ‘바비’가 온다는 날씨예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면사무소에 수해 복구 지원을 간곡히 요청해도 코로나19로 인해 포클레인 등 장비 지원 외에는 도움이 어렵다고 한다"며 "마을에 대부분 노인밖에 없어 인력이 필요한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태풍이 오는 걸 알아도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 위치한 불교 사찰인 연수사도 운영하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법당 일부가 침수되고 마당과 건물에 토사를 비롯해 대량의 돌마저 들이닥치면서 난리를 겪었다. 다행히 침수를 예상하고 물품과 차량 등을 치운 뒤 관계자들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근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수해 이후 급하게 시작한 토사 이탈 방지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으면서 태풍 영향에 따른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수사 관계자는 "수해가 발생할 것을 미리 인지하고 배수시설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 설치했지만 토사가 워낙 많이 흘려내려 배관이 막히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절이 운영된 지도 3년밖에 되지 않아 신도도 없어 경제적으로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수해 지역에서 아직까지도 복구 및 추가 피해 방지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초강력 태풍 ‘바비’의 상륙 소식에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용인시에 따르면 지난 집중호우로 인해 원삼면 10가구, 백암면 39가구 등 49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500㏊의 농경지가 침수됐으며, 도로 21곳이 파손되고 23곳 이상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처럼 피해가 큰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군 장병들의 수해 복구 투입마저 제한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침수 도로, 물가 인근 주차장 폐쇄 및 공사현장, 산지 주변 예찰 등을 통해 태풍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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