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림 칼럼니스트
김호림 칼럼니스트

지혜서에는 ‘이미 있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 것이므로,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고 우리를 깨우치고 있다. 이는 이 땅에서 인간의 역사와 일상은 반복될 뿐이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미지의 두려운 일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이 실제 일어난다면 세계는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대역병 이후 달라질 세계의 모습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세계적인 석학 그리고 전문가집단이 예측하는 세계질서의 개편, 국가 권력의 강화, 경제구조의 변화 개연성에 대한 대책을 강구·준비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 정부의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먼저 세계질서의 개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재까지 세계질서는 다자간협정의 ‘법의 지배’(Rule of Law)에 의해 유지됐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2차 대전 이후 유엔창설과 미국 중심의 브레턴우즈체제에 의해 설립된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과 세계무역기구를 통한 다자주의의 글로벌 질서 확립이었다. 

그러나 역병 이후 세계는 글로벌 질서 후퇴와 각국 우선 국가주의 강화로 인해 경제 세계화에 의한 개방, 번영과 자유가 제한될 것이다. 한편 세계정치 갈등구조는 미·중 경제 전쟁 확대와 함께 심화될 것이며, 경제적 다자주의는 각자도생의 고립주의로 전환돼 이전의 호혜적인 세계질서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같이 글로벌 공급사슬의 붕괴를 시작으로 국제 간 역외 생산·제조가 위협받고 유통망이 와해되면 세계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제의 상호의존 분리 현상(decoupling)은 미국 소유의 첨단 과학기술 사용 금지와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로 비화, 미국의 동맹국에까지 중국으로의 소재와 부품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다음 코로나19가 초래할 국가 권력 변화 가능성을 살펴보자. 어느 국가이든 위기 발생 시에는 국가 권력이 효율성을 이유로 특정 대상을 추적하고 통제하는 권한 남용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는 현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국가 권력의 미래 모습이다. 그 경우를 보면, 첫째 독재적 조직(Big Brother)의 감시체계가 새로운 기준이 돼 시민의 일상생활을 통제하게 되며,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정치적 기회주의와 두려움으로 이 권한을 유지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그러할 개연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둘째, 작은 정부 대신 국민 생활 깊숙이 개입을 원하는 거대 정부 출현이다. 이런 정부는, 한국과 일본과 같이 높은 국가 능력과 기술력을 가진 경제 선진국이면서, 느슨한 개인 비밀 보호 규정을 유지하는 아시아지역 국가에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 아래에서는 개인의 삶이 규제와 감시의 대상이 돼 프라이버시가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셋째, 국가가 코로나 위기를 비판 세력을 침묵시키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국가 위기 비상시에는 여행 제한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이 인권이 제한될 수 있으나, 이러한 제한은 비차별적이고 공정하며 균형이 잡혀야 한다. 

즉 입법부, 사법부, 언론과 시민사회의 독립과 행정부와 견제와 균형이 전제돼 정부가 권력의 정치적 이익과는 달리 국민의 복지에 전념한다는 것을 보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질병 위험은 커지고 인권은 약화된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시민이 깨어 있는 한 위기가 국가 권력의 영원한 확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자국 우선 산업화 정책으로의 회귀이다. 이런 국가는 기업의 해외생산기지를 국내로 이전시키는 산업정책을 추진한다. 따라서 다자간협정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글로벌 협력 기능이 약화된다. 

이에 각국은 자국 기업에 정부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정부 구매, 수입품 국산 자재 사용 의무화 등 보호무역 정책으로 자국 산업을 앞다퉈 보호해 글로벌 질서 붕괴와 함께 세계 경제는 침체를 초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부터 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수집한 개인의 데이터는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개인의 건강과 사생활 보호는 양자 간 중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지켜져야 하는 중요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문명에서 도태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역병 창궐로 고통당하는 현실이 암울하더라도 그 이후의 날들은 밝아져야 한다. 그러함에도 해 아래에서 바라지 않는 암울한 일이 일어난다면 인류는 소망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무엇이 자국의 진정한 이익인지를 성찰해 글로벌 협력으로 이 위기를 극복,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다시 이 땅에서 꽃 피워야 하는 것이 각국 지도자들이 헌신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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