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일월공원에 생물을 소개하는 표지판에 수원청개구리 표기를 찾아볼 수 없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일월공원에 생물을 소개하는 표지판에 수원청개구리 표기를 찾아볼 수 없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수원시가 멸종위기 동물인 ‘수원청개구리’ 보전을 위해 실시한 ‘대체 서식처 조성 정책’이 실패하고, 현재 남아 있는 지역 유일의 자연서식지마저 훼손되면서 수원청개구리를 보전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7일 시 등에 따르면 2014년 9월 환경부에서 4억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장안구 천천동에 위치한 일월공원에 1천200여㎡ 규모의 ‘수원청개구리 인공서식지’를 조성했다. 서식지 주변에는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나무데크 등이 설치돼 수원청개구리를 보전하면서 시민들이 서식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2015년 7∼8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와 함께 연구실에서 키운 150여 마리의 수원청개구리를 3차례에 걸쳐 서식지에 방사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수원청개구리의 서식 여부가 전혀 확인되지 않자 시는 올 3월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철거한 뒤 해당 공간의 명칭을 ‘야생생물 보호 서식지’로 슬그머니 변경했다. 습지에 서식하는 생물을 소개한 표지판에도 두꺼비와 맹꽁이·참개구리 등 다른 멸종위기 야생생물만 표기됐을 뿐 수원청개구리는 제외됐다. 이로 인해 수원청개구리의 안정적인 서식환경을 위해 서식지 안에서 운영하던 논농사도 중단된 상태다.

수원지역 유일의 수원청개구리 자연서식지인 ‘평리들’마저 훼손되고 있다. 지난 1∼5월 사이 해당 지역의 일부 논에 2m가 넘는 흙이 성토되면서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줄어든데다, 제초제 및 농약 등 생물에게 유해한 약품이 사용되고 생활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자 환경단체 등은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서식지 계획 수립 당시 해당 지역은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했었는데, 결국 대체 서식지로서의 의미를 잃었다"면서도 "다만, 도심 내 야생생물 서식처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만큼 해당 공간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지역 유일의 자연서식처인 평리들의 훼손을 막아 수원청개구리가 보호될 수 있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수원청개구리는 생존력이 떨어지고 주변에 천적이 많아 대체 서식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남아 있는 자연서식지인 평리들 내 농민들을 설득해 친환경 유기농법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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