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객실은 텅 비어 있고, 손 쓸 방법은 없으니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요."
2일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서 외국인 전용 도시민박업(게스트하우스)을 하는 A(55)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하루하루 버티기가 너무 버겁다고 호소했다.
하늘길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거의 전무한 실정인데, 법적으로 외국인만 숙박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도시민박업자들은 사실상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코로나19 이전 90%의 객실을 가동했지만 지금은 간간이 방문하는 손님들로 5%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직종보다 타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영종경제자유구역에는 현재 52곳의 게스트하우스가 등록돼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거나 영업 중인 곳도 몇 달째 문만 열어 놓았지 객실은 거의 비어 있는 상태다.
이들에게 코로나19 이후 매출 변화를 묻자 "투숙객이 없으니 매출도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부가 함께 도시민박업을 하는 B씨는 상황이 너무 어려워지자 아예 월세로 전환해 세입자를 받아 보려고 했으나 행정적 절차의 어려움으로 그마저도 포기했다. 관계 기관에 확인해 본 결과, 게스트하우스로 허가받은 공간에 세입자를 받으면 도시민박업을 반납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B씨는 "업종을 변경하려 해도 건물에 대출이 있어 어찌할 도리가 없고, 뭐라도 해 보려고 하면 손발이 다 묶여 있는 느낌"이라며 답답해 했다.
영종 도시민박업 운영자들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종종 내국인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현실도 토로했다.
B씨는 "한 달에 두어 건 정도 내국인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데 현장에서 쫓아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현 상황에서 외국인만 받으라면 굶어 죽으란 것과 똑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금처럼 텅 비어 있는 시기에도 관공서는 단속을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는 지난달 5일부터 이틀간 도시민박업 현황 파악 및 안전 관련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시 관계자는 "불법 영업 단속보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 의한 안전점검이었다"며 "영종도 내 도시민박업 약 60% 이상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으로 코로나19의 타격이 큰 상황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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