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살다 보면 악몽과도 같은 사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느닷없이 닥쳐서 엄청난 상처를 입곤 합니다. 요즘처럼 코로나와 태풍으로 인한 상처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원망과 분노가 밀려든다는 것입니다. 어느 스승이 제자들에게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더니 "이 막대기는 얼마나 무거울까?"라고 물었습니다. 제자들이 답을 하지 못하자, 스승은 막대기를 멀리 집어던지고는 "막대기는 너희들이 들고 있을 때만 무겁다. 그러나 그것을 내려놓고 나면 무거움은 사라진다"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러나 내려놓아야 할 것이 막대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라면 그리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어느 목사님의 ‘내려놓음의 끝에는 행복이 있다’라는 글에 제 눈이 멈췄습니다. "포기는 할 수 없다고 멈추는 것이고, 내려놓음은 할 수는 있지만 하지 않기로 스스로 결단하고 멈추는 것입니다. 포기는 아쉬운 결정이고, 내려놓음은 깊은 성찰인 겁니다. 마지막은 마지막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을 마지막처럼 사는 것입니다."

내려놓는 것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내려놓지 않으면 삶이 더욱더 불행해진다면 당연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어렵게만 보이던 ‘내려놓음’이 ‘할 수는 있지만 하지 않기로 스스로 결단하고 멈추는 것’이라면 마음이 놓입니다. ‘나는 이 순간부터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겠다’라고 우리 스스로가 결단만 하면 될 테니까요.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함이 두렵기만 합니다. 이때는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CEO 경영 우언」이라는 책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습니다. 좌절하고 있는 어느 젊은이에게 노인이 들려주는 조언입니다. 스스로 탁월하다고 여긴 청년이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여러 군데 취업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청년은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한탄하며 실망했고 좌절했습니다. 죽기로 마음먹고 그가 바다에 뛰어든 그때, 마침 근처를 지나던 노인이 그를 구해줬습니다. 그의 사연을 들은 노인은 모래를 한 알 주워 들더니 다시 모래사장에 던져버리고는 "방금 내가 버린 모래 한 알을 찾을 수 있겠나?"라고 물었습니다. 못 찾겠다고 하자 노인은 주머니에서 진주를 하나 꺼내 바다에 던진 후 "방금 내가 던진 진주를 찾을 수 있겠는가?"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젊은이가 찾을 수 있다고 하자, 노인은 이렇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만일 자네가 스스로를 진주라고 여기면 어찌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자, 이제부터 다시 스스로를 연마하여 하나의 빛나는 진주가 되도록 노력하게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쉬운 선택일 수도 있을 겁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이물질이 자신의 살을 헤집고 들어와 자신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히지만, 조개는 그 상처까지도 포용함으로써 진주라는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를 뒤덮고 있는 지금의 이 절망적인 상황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견뎌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분노와 원망과 같은 ‘남 탓’에서 벗어나 오늘의 이 상처를 감싸서 오히려 진주를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모래사장에 던져진 하잘것없는 모래알은 찾을 수 없지만, 모래사장에서보다 더 찾기 어려운 바닷물 속에서 진주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저곳에 진주가 있다’라는 강한 믿음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라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 너와 나 모두를 신뢰하게 만들고, 이 신뢰가 위기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엔진이 돼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