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실시됐던 총선 이전의 일이다. 2월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늘어나면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선거에 출마했던 이들의 상당수가 살균제가 들어있는 분무기와 소독제통을 등에 메고 길거리로 향했다.

선거를 앞두고 만났던 일부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30차례 이상 거리에서 소독활동을 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또 다른 후보자의 경우 버스정류장이나 지역 시장 등을 돌며 구조물에 소독을 하면서 자신의 활동상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대구, 경북을 제외한 이외 지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동선이나 감염 경로가 대부분 정확하게 확인이 되는 시기였음에도 불안감이 커져가는 때 이들의 소독활동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던 유권자들도 더러 있었다. 길거리에 소독제를 분사하는 것으로는 감염을 막기 어렵다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됐지만 후보자들의 소독제 분사 행위는 날로 커져갔다.

총선이 여권 압승으로 끝나고 100여 일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들이 하루에만 수십 명씩 늘어나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감이 커져가고 있다.

그런데 총선 이전까지 그토록 지역사회 감염을 막겠다며 소독활동을 하던 정치인들의 모습은 총선 이후 다시는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대중교통이나 상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감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 총선 이전에 비해 더 높은 방역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소독활동은 일체 사라진 상태다. 

거리에서 소독을 단절한 정치권이 이제 와서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을 벌이면서 전 국민을 동요시키고 있다.

사용된 지 오래돼 녹이 슬어버린 분무기와 소독제통을 선거 때만 반짝 보여주고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지금의 정치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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