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재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정연재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바이러스와의 고통스러운 대결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에 ‘캠퍼스 없는 하버드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What’s the Value of Harvard Without a Campus?)’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가 게재된 바 있다. 

비대면 환경에서 모든 학습을 컴퓨터 화면에서 수행해야 하는 답답함, 캠퍼스의 편의시설과 기숙사 생활에 대한 기대를 뒤로 한 채 고향 마을에 내려가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실망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저소득층 학생들의 자괴감, 학교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불안감 등 코로나19로 인해 커다란 내상을 입은 대학생들의 생생한 육성이 담겨 있었다. 

외국의 명문대학이나 우리나라 대학이나 팬데믹 앞에서는 동일한 형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형태의 소극적 대처방식 정도로는 뉴 노멀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캠퍼스 환경 재설계를 위한 본격적 고민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캠퍼스는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촉진하는 공간이다. 대학은 공간적 측면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고,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지식을 탐구해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장소다. 

한마디로 캠퍼스 전체가 광범위한 경험을 형성하는 탁월한 학습공간인 셈이다. 코로나19는 이러한 학습공간을 최단기간에 파괴시켜 버린 무서운 폭탄이었다. 이제 대학은 폐허가 된 캠퍼스에서 미래교육을 위한 프레임을 다시 짜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학기의 경우 대면 형태 정규교육(Formal Education)을 비대면 형태로 전환하는데 급급했다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캠퍼스에서 이뤄졌던 다채로운 학습 경험을 집약시킨 비형식적 교육(Informal Education)의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비형식적 교육의 성공 여부가 공간으로서 대학의 의미와 사이버대학과의 차별점을 부여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 에듀테크(EduTech)의 중요성이 전면적으로 부각되기는 하지만, 기술이 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으며, 이 엄청난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다. 

교수는 혁신의 주체로서 강단에 선 현자(the Sage on the Stage)에서 최적의 학습경험, 학습과정, 학습환경 등을 제공하는 디자이너·컨설턴트·코치·퍼실리테이터(촉진자)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흔히 인간의 경험은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말한다. 경험은 전형적인 현상의 반복으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전형적이라고 간주되던 사태가 그 전형성을 박탈당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즉, 경험을 한다는 것은 규칙성에 대한 기대 속에서 불규칙성에 마주치는 것이고, 예측가능성을 기대하는 가운데 예측하지 못한 것을 대면하는 것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경험이 있다는 것은 특정한 사안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행위하는지를 안다는 것, 요즘 용어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고, 나아가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갖췄다는 의미다. 

코로나 펜데믹은 우리에게 진정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확실한 경험을 통해 각인시켜 줬다. 이런 측면에서 뉴 노멀은 ‘새로운 정상’이자, 동시에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중적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즉, 지금까지 파행적으로 운영됐던 교육의 본질적 요소를 복원하고, 이를 시대적 변화에 맞게 새롭게 구성할 때 뉴 노멀의 이중적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적 경험에 대한 경구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고통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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