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 97조 원. ‘슈퍼 리치’ 워렌 버핏 1명이 가진 재산이다. 주식 부호인 그에게 투자와 성공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더욱 강렬하다. 그는 제2원칙으로 "제1원칙을 절대 잊지 말라"고 세웠다.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더러 잃지 않아야 한다는 그 생각조차도 평생 잊지 않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잃음과 상실에 대한 역설이다. 97조 원, 아니 1조 원의 돈도 서민 삶의 영역에서는 접근하기 어렵다.

워렌 버핏을 동경하고 그의 금언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우리 주변 500만 개인 투자자들 중 90% 이상은 오늘도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고 있다. 삶에서 잃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계속 잃지 않고 지키고 쌓아간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삶은 잃음의 연속이며 잃지 않는 것, 잊지 않으려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초월한 영역에 있다.

만약 우리가 무언가를 잃지 않겠다고 해서 잃지 않고, 잊지 않겠다고 잊지 않으면 삶의 슬픔과 고통은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삶뿐만 아니라 만물이 생성과 변화 속에 잃음 즉, 상실과 소멸을 향해 진행되도록 짜여져 있다. 움켜진 것들, 지켜 온 것들, 지켜야 할 것들의 사라짐과 잃음은 삶의 본질이자 일상적 구성요소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이 같은 점을 수려하게 그려낸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인 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장 생활을 하는 주인공은 어느 날 사고로 무인도로 난파된다. 직장을 잃고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잃었지만 다시 도시로 돌아가 사랑하는 여인과 재회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주인공은 섬 탈출에 성공한다. 그는 도시와 직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여자친구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완전히 잃었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주인공은 죽음조차 통제할 수 없는 게 인간이라며 계속 숨을 쉬며 하루를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내일의 파도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길을 잃고 사람을 잃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최선을 다해 숨을 쉬어야 한다. 워렌 버핏의 제2원칙은 "다 잃어도 숨 쉬며 살아가야 한다"로 고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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