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2020년 여름은 역대 최장기 장마와 코로나19, 태풍의 연이은 타격으로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6월 말부터 54일간 850mm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직격탄을 맞은 건 전국 농가와 서민들 장바구니다. 과일·채소류의 품질과 출하량이 떨어졌고, 가격이 급등했다. 진정 국면에 접어드나 했던 코로나19는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재확산됐다.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 일부 종교단체의 방역 원칙 훼손이 원인이었다.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가던 자영업과 영세기업들은 또다시 절망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다. 

설상가상 긴 여름의 끝자락에서 초강력 태풍까지 한반도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 8월 후반부터 태풍 3개가 일주일 꼴로 들이닥쳤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들이닥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태풍·호우로 인한 피해액은 전체 자연재난 피해액의 88.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자연재해는 그 전년보다 53% 증가한 2천162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1조3천488억 원의 피해 복구비가 투입됐는데, 복구비의 97.9%가 태풍 관련 비용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예상치 못한 위력적인 태풍이 재난피해를 일으킨 최대 주범’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풍 발생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피해가 심해져 가는 이유를 ‘지구 온난화’에서 찾는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이 증발해 만들어지는 수증기에서 에너지를 얻어 (태풍, 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손쉽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태풍은 재해 특성상 일상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전예보, 대피안내 등 비구조적인 대책과 선제적인 방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책임 범주도 되돌아 봤으면 한다. 

현행 구제제도는 행정상 손해배상, 손실보상으로만 규정돼 있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실질적인 구제를 받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과실이 없다고 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까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책임은 무한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재난 복구 사업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봤으면 한다. 피해 복구는 ‘타이밍과 제대로 된 지원’ 여부가 핵심이다. 통합적 관리는 이런 작업들을 보다 신속하게 하고, 복구재원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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