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동안 이어진 지루한 장마로 눈 깜짝할 새 올해 여름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질병이 있다.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기온이 높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7~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보통 피부 발진이 생기기 4~5일 전에 피부절을 따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통증·압통·감각 이상이 발생한다.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으로 신체 일부가 아프고 쑤시기도 한다. 수일 뒤에 바이러스가 침범한 신경을 따라 줄지어 붉은 피부 발진이 발생한다. 물집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지 않고 띠를 두른 모양처럼 한 줄로 그룹 지어 분포하는 게 특징이다. 대상포진의 통증은 대개 약으로 조절해야 할 정도로 심하다. 특히 고령자나 얼굴 부위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환자는 더욱 심하다.

대상포진은 가장 무서운 것이 ‘포진 후 동통’이라는 합병증이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포진 후 동통으로 진단한다.

대상포진과 수두가 같이 나타날 때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로 폐렴에 걸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약 1.3배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즉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항바이러스 치료로 피부 병변과 염증이 완화된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 등 전반적인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나 과로는 피한다. 둘째는 백신 접종이다.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는 대상포진이 비교적 약하게 지나가며 합병증 발생도 적게 나타난다. 면역력이 약한 60세 이상 노인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조상현(피부과)교수는 "대상포진은 가슴 부위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만 얼굴·머리·팔·다리 등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며 "여름철 대상포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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