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고한 수도권 공공택지 6만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전월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전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임대차시장에 장기간 눌러앉으면 전월세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하남시 학암동 ‘위례롯데캐슬’ 전용 84㎡는 7월만 해도 전세보증금이 5억∼6억 원대였다가 지난달 7억 원에 계약서를 썼다.

같은 기간 월세는 보증금 5천만 원에 155만 원 수준에서 보증금 1억 원에 160만 원으로 뛰었다.

하남은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하남 교산·부천 대장·고양 창릉) 중에서도 청약 인기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경기도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66만㎡ 이상)를 공급할 때 해당 시·군 1년(투기과열지구는 2년) 이상 거주자에게 30%를 우선 배분한다.

하남 교산은 2021년 11∼12월 중 1천100가구, 2022년 2천500가구 등 3천600가구가 사전청약 방식으로 공급된다.

내후년까지 사전청약 일정이 잡혀 있는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등의 인근 지역 아파트 전셋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남양주시 다산동 ‘다산 e편한세상 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전셋값이 처음으로 5억 원대에 진입했다. 월세는 전용 74㎡가 6월 보증금 5천만 원에 110만 원 선이었다가 이달 들어 보증금 4천만 원에 160만 원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창릉지구가 들어설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삼성래미안’ 전용 59㎡는 1일 3억9천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5월 3억 원대에 처음 진입한 뒤 이제는 4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월세 물건이 귀해지고 가격이 치솟는 영향이 크다. 여기에 사전청약 수요까지 더해지면 임대료가 더 오르고 전월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경기도내 아파트 전셋값은 2008년 -0.5%에서 2009년 4.5%, 2010년 7.1%, 2011년 16.5% 상승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는 2011년 결국 폐지됐다.

사전청약 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려면 최소 4∼5년이 남은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새 임대차법으로 전월세 물량이 부족한데, 사전청약제로 인한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 청약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는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호 기자 ky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