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안교회 관계자가 지난 8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선학동 일대 상점을 찾아 마스크와 격려금을 전달하고 있다. <성안교회 제공>

"지역과 나라의 어려움을 함께 하고 사랑을 전해야 하는 교회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경로라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많은 교회가 건강하게 지역사회를 응원하고 기도하며 재난 앞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일부 교회가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으로 지탄받을 때 이웃에게 조용히 손을 내민 교회가 있다. 지역상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이웃사랑 프로젝트에 나선 ‘인천성안교회’다.

연수구 선학동에 위치한 인천성안교회는 지난 8일 교회 주변의 상점 80여 곳을 돌며 곳곳에 마스크 60장과 현금 30만 원을 함께 전달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상권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 160개 사업장 중 영세 사업장 위주로 100곳을 정해 나눔을 시작한 것이다.

교회가 상인들에게 물품과 함께 전달한 편지에는 ‘지역주민분들께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마음을 담아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내고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성안교회는 코로나19 정부 지침이 나오기 전인 지난 2월부터 교회를 폐쇄하고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모범이 된 곳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교회 전체에 대한 지탄이 이어지자 이웃주민들과 스스로를 헤아려 보자는 뜻이 모였다. 이에 교회 외벽에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이웃들을 돌아보게 됐다.

지역 상인들뿐 아니라 매달 후원 중이던 탈북인 9명에게도 10만 원과 마스크를 전했고, 내부적으로는 자영업 교인 15명의 어려움을 함께 나눴다.

나눔을 받은 지역 상인들은 예상치 못한 방문에 놀라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 상인은 "교회 예배로 어려운 일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이렇게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곳도 있다니 감사하다"며 "금액을 떠나 이웃과 함께 한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교회 관계자는 "지역사회를 섬기고 나눈 것은 오래됐지만 그동안 교회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작은 지역교회지만 주민들을 응원하고 기도하는 교회가 있음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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