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1918년 10월 17일 인천 축항 공사가 1차 완료되면서, 이전부터 진행돼 온 월미도 ‘유원지’로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가까운 경성에서 관광객을 끌어 모음으로써 인천의 경기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인천 인구까지 늘어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해 인천부는 월미도를 ‘풍치지구’로 지정해 철도국 부지 396㎢(12만 평)를 20년 무상 임대한 후 해수욕장과 공원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3년간 벚꽃과 상록수 등 11만 그루를 추가로 조림하는 등 관광지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경인지역의 이름난 해수욕장으로 ‘월미도’라는 이름을 굳히게 되자 경성과 인천의 일본인 상공업자들은 본격적으로 유흥 상업시설로의 투자를 모색하게 됐다. 

초기 월미도 유원지 개발 투자자들은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와 조선총독부에게 기존 위락시설과는 별도의 유원(遊園)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협조 문제를 타진했다. 이들은 대도시 근교의 대중적 오락지로 바닷가에 접해 있는 월미도에 조탕(潮湯)을 건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각종 향락 시설을 갖춰 바다의 유원지로 만들자고 했다. 만철은 유원지화는 가능하며 인천 쪽에서 여관, 별장, 요정, 기타 여름의 유락지 보조시설을 설치한다면 해수풀, 휴게실 등과 교통, 보건, 통신 기타 부대시설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인 사업가들은 1922년 10월 유원지 회사의 창립 준비에 착수했고 1923년 3월 27일 경인지역 유력자 38명이 ‘월미도유원주식회사(月尾島遊園株式會社)’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30만 원의 자본금으로 여관, 요리업, 해수욕 및 부대업, 매점 경영 등을 목적으로 했다. 또한 월미도 제방축조 공사가 끝남에 따라 인천부로부터 월미도 7천590㎡(2천300평)에 대해 20년간 사용 허가를 받았고, 2층 규모 호텔 본관과 별장, 간이식당, 매점 등을 신축하고 해안에 모래를 깔아 조수를 완만하게 하며 부표와 탈의실을 설치하는 등 해수욕장 시설도 정비하면서 본격적인 유원지 경영에 나섰다. 

월미도가 더욱 유명세를 띤 것은 1923년 7월 10일 만철에서 축조한 해수풀장과 공동 목욕탕인 조탕(潮湯)을 개장하면서부터이다. 조탕은 개장 첫날부터 대성황을 이뤘다. 조탕의 경영권은 1924년 1년간 월미도유원회사가 위탁받았는데 이후 임대계약을 통해 영업을 계속하다가 이를 완전히 인수했다. 1927년 대실(貸室)을 설치하고 1928년 조탕 앞 일부 해변을 매립해 일본식 3층 호텔을 신축하는 동시에 대형 해수풀장을 완성해 간조시에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월미도는 영리 목적 시설물이 확충되면서 점차 대규모 유원지로 변모해 갔다. 

1935년 6월에는 빈(濱)호텔이, 1937년 6월에는 밀물 때면 마치 바다에 떠있는 듯한 ‘용궁각(龍宮閣)’이라는 해상호텔이 각각 개장한 이후 월미도는 오랫동안 ‘조선 최고의 명승지’로 그 이름을 날렸다. 꽃열차를 운행했을 뿐만 아니라 인천의 각 자동차회사에서는 인천역과 월미도 간, 시내 미두취인소 앞과 월미도 간을 끊임없이 운행해 유람객의 편리를 도모했다. 세간에서는 "경인시민의 파라다이스", "봄에는 꽃의 월미도, 여름에는 녹음의 월미도이던 것이 또다시 밤에는 불의 월미도, 낮에는 사람의 월미도가 됐다"고 평했다.

광복 후 월미도의 위락시설은 적산(敵産)으로 미군정에 접수됐고, 1948년 지역 유지들이 ‘월미관광주식회사’를 설립해 시설을 개보수하고 월미도 조탕을 재개장해 운영했지만 인천상륙작전 중에 소실되고 말았다. 반세기 동안 월미산은 군사기지로 엄격한 통제, 제한구역이 됐으나 1987년 7월 월미도 문화의 거리가 조성된 이래 각종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게 됐다. 2001년 관광특구 지정과 맞물려 친수공간 확장과 월미산 개방이 이뤄졌고, 2008년 한국이민사박물관이 들어서서 공간의 역사성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또 전통공원을 조성해 쉼터로 제공하고 있으며 월미산전망대와 더불어 이제는 월미바다열차가 하늘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인천 근대 개항으로부터 월미바다열차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숱한 사건과 함께했던 이 섬의 역사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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